고령자 고향방문등 실천이 과제/합의서비핵화선언 발효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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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2-20 00:00
입력 1992-02-20 00:00
남북한은 19일 제6차 고위급회담에서 「기본합의서」「비핵화 공동선언」등 3개의 합의 문건을 발효시켜 관계정상화와 평화공존 체제발전의 틀을 마련했지만 그 이행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실망스런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번 회담의 핵심사안인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쌍방이 심야대표접촉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오는 27일 2차접촉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남북간 외형상 이견은 국제적인 대북핵시설사찰및 남북상호사찰에 대한 시기와 상호시범사찰 여부로 요약된다.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북한이 국제·상호 사찰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우리측은 이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조기 사찰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측이 19일 첫날 회의를 마치고 쌍방대표접촉을 통해 북측에 제시,촉구한 사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조기 핵안전협정 비준·발효절차완료 ▲핵통제공동위원회를 구성,첫 회의를 가진 뒤 1개월 안에 전면적 동시상호사찰을 위해 남북사이의 사찰대상 선정및 절차·방법에 합의해야 한다는 강제규정 설정 ▲핵통제공동위 합의서 발효뒤 1개월내에 쌍방이 규정하는 상대방의 2개 장소에 대해 시범사찰 실시등 3가지이다.
그러나 북한은 IAEA와의 협정비준과 관련,「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18일의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의 결정에 따라 오는 4월쯤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최고인민회의 전체회의에서 심의·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남측과 약속했던 시한이 지연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며 핵안전협정비준을 가능한한 늦춰보겠다는 북측의 의도를 드러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북측 주장은 두가지 점에서 설득력과 타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첫째,핵안전협정 비준은 북한 헌법상 최고인민회의와 무관하고 김일성주석의 재가만으로 가능하며 둘째로 최고인민회의등의 형식상 내부절차를 거치더라도 합의서와 공동선언의 처리기간은 13∼16일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핵공동선언 발효에 따라 원래 3월18일까지 구성하게 돼있는 핵통제공동위원회를 이번 회담기간중 조기에 구성해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도 북한의 핵사찰문제는 조금도 늦출수 없는 화급한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측의 논리는 정치·군사·교류협력분과위원회를 이번 회담에서 조기 구성했듯이 핵 통제위도 마찬가지로 하자는 것이다.그러나 북측은 당초 합의대로 1개월내에 구성하자며 「원리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이 이같이 사실상 핵사찰을 거부·지연시키는 것은 우선 핵사찰을 대미·일관계개선과 향후 김정일체제 담보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활용하려는 저의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그들은 비핵공동선언 채택을 전후해 ▲팀스피리트훈련중단 ▲미·북 접촉격상 ▲주한미군 핵철수및 핵부재발표 ▲남한의 비핵화선언 등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버틸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듯하다.
또한 북측은 이번 6차고위급회담을 애초부터 핵문제등 현안문제에 대한 협의와 타협의 장으로 보다는 그들의 이른바 「2·16축제」(김정일의 50회생일)의 연장선상에서 이용하고 있는듯 하다는게 관측통들의 지적이다.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70세이상 이산가족의 우선적인 고향방문등 「기념사업」을 촉구할 20일의 둘쨋날 회의나 정원식총리와 김일성주석간의 면담에서도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이 20일 새벽까지 마라톤 대표접촉을 갖고 핵문제 등을 협의,결론을 찾지못했지만 막판에 극적으로 타협을 이뤄낼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다.
결국 핵문제 해결이 합의서 이행을 비롯한 남북관계진전및 진정한 화해·협력시대 개막여부를 결정짓는 가늠자가 될것으로 보인다.<박정현기자>
1992-02-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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