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지켜 차근차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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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1-24 00:00
입력 1992-01-24 00:00
후기대입시문제 도난사건의 전말은 흡사 코미디 드라마 같다.미세하고 하잘것 없는 허점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얼마나 무서운 타격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를 시험해본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무릇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있는 것은 없다.그러므로 피해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목적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부합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그러나 우리의 현행 입시제도는 지엽적인 부작용을 계속 틀어막기 위해 마침내 가장 중요한 목숨 그 자체를 담보로 내놓은 결과까지 와버렸다.

「평등」과 「공정」을 보장하는 극한의 방법을 추적한 나머지 「한날 한시에 똑같은 시험보기」로 몰아온 결과가 된 것이다.그때문에 진작부터 오늘과 같은 사고는 잉태되어 있었던 셈이다.이렇게 우습고도 엄청난 사고가 입증해주고서야 그 심각함에 사회가 벌컥 뒤집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총체적 어리석음」이다.

졸지에 뒤통수 맞듯 그만둔 전임장관이나 온갖 비난과 공격의 화살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갑옷도 없이 황망하게 등장한 듯한 신임장관이나 딱하고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누구에게도 단칼에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왕 피치못하고 당한 파국이므로 그 수습을 통해 근원적인 바로잡음의 계기가 되게 하는 것이 이 시점의 의미라는 것을 우리 다같이 공감하게 된다.이번의 입시문제도난사건은 입시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데 천지를 진동시켰지만 그 진동의 근원에는 우리 교육의 심각한 병인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나타난 「획일출제」와 「동시실시」라는 약점은 서로 다른 재능과 소질,능력을 인정하지 못하게 「획일화」했고 조숙과 지진,성장의 시차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동시」로 묵살하게 해왔다.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와같은 약점이 뿌리깊게 정착해온 것은 제도를 관장해온 교육행정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또 아니다.

과잉교육열,과열과외,불정의혹 등의 교육외적인 지엽적이고 말초적인 원인이 끊임없이 깊어지면서 본말을 전도시킨 결과 이같은 종착점에 이르고 말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교육전문가와 대학측그리고 교육을 걱정하는 지식인들이 일제히 주장하고 처방하는 것은 대학입시를 각 대학에 맡겨서 관리하라는 것이다.그것도 지체없이 실시하도록 재촉하고 있다.모든 혼란에 대처하는 가장 올바른 처방은 「원칙대로 하는 것」이므로 교육법이 제시하고 있는대로 「신입생 선발권은 대학에」돌려줘야 한다는 이들 주장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그와함께 놓칠 수 없는 일은 그동안 우리교육의 본말을 전도시켜온 교육외적인 지엽적 요인들이 아직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본질로 돌려놓는다 하더라도 언제 다시 본말을 전도시킬지 알 수 없을 만큼 여전히 남아있다.사회적 성숙,행정의 발달,또는 대학의 발전 등으로 예전과는 같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위험하고 불안한 요인은 얼마든지 상존해 있다.교육당국은 국가고시의 무리한 부담을 하루빨리 벗어놓고 지엽이 본원을 뒤엎는 불행에 다시 이르지 않도록 감시감독하고 바로잡는 길에 전념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그 방향만은 흔들리지 말고 차근차근 접근해 가기 바란다.
1992-01-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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