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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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1-19 00:00
입력 1992-01-19 00:00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고 했다.그만큼 말을 잘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공덕론.하지만 여기서 잘한다고 하는 밑바닥에는 성실과 신의가 깔린다.그러지 못할 땐 하언이 된다.◆말이 청산유수같은 현하지변이 있다.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한다.그러나 이런 경우 더러 진실성이 엷어 보일 수도 있다.동양쪽의 옛 예지는 대체로 달변을 경계하는 경향.대변약눌(참다운 웅변은 눌변과 같다‥노자),대변불언(참다운 웅변은 말을 하지 않음이다‥장자)같은 표현이 그를 말해준다.공자가 말한 교언령색도 그렇다.그럴싸하게 말을 잘 꾸며대고 애써 좋은 얼굴을 지어보이는 사람은 어질지 못하다는 것이다.◆어떤 사람이 말했다.『옹은 인의 덕은 지녔으나 아무래도 말솜씨가 모자라서…』.성이 염(염)이었던 옹은 인격이 고매하여 공자가 평가했던 사람이다.공자는 대답한다.『어찌 말을 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언용녕).언변만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면 남의 미움을 사게 마련입니다…』.말을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말에 진실과 성의와 신의가 담겼느냐 안담겼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일본서 온 손님이 되돌아갔다.그는 고개도 숙이고 회담도 하고 연설도 하고 기자회견도 가졌다.노대통령과 회담하는 동안 정신대문제에 대해 사과하면서는 8가지 표현을 쓴 것으로도 알려진다.그렇긴 하지만 보내고 나서 보니 어느 문제 하나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진전은 없다.현안은 현안인 채로다.그는 말치레하러 왔던 것일까.「마음 아프고」「죄송하다」는 표현에 진실과 성의를 실은 것 같지 않다는 생각 뿐이다.◆그의 방한이 한국 국민의 반일감정을 다독이는 것이었어야 한다.한데 도리어 더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 같다.강자논리로 선린을 기대할 수 없는 것.현안의 후속대응책을 지켜보기로 한다.
1992-01-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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