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경쟁시대 준비” 경제전쟁 돌입
수정 1991-12-29 00:00
입력 1991-12-29 00:00
21세기를 9년 앞두고 세계 각국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미국은 정부내에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재무·상공·법무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위원이 되는 「국제경쟁력협의회」를 발족시켰고 민간부문에서도 기업체·학계·노조·언론계 대표들로 「경쟁력협의회」를 창설하였다.의회도 뒤지지 않고 「경쟁력청문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경쟁력 회복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와 재계가 연합하여 「세계화」 또는 「국경없는 세계」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장기국가발전전략을 수립,시행중에 있다.일본 통산성은 40년대 육군성의 분위기와 흡사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두에 서서 일사불란한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이다.의회내에도 하이테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보산업진흥의원연맹,지식산업진흥의원연맹 등을 창설하여 활동하고 있다.또한 일본과 주요 경쟁상대국들을 비교 분석한 서적들이 범람하는가 하면 외국에 나가는 외교관·학자·연수생들이 모든 정보채널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관리,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에 유럽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프랑스는 크레송수상 취임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기구를 개편하였고,독일도 첨단기술의 진흥에 국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 연구붐이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21세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이제 미래는 이념대결의 시대가 아닌 새로운 국익경쟁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21세기는 첨단과학기술의 중심시대가 되어 각국 산업의 경쟁력은 주로 기술수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 결과 21세기에는 국가간 기업간에 기술경쟁력의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 틀림없다.
이미 세계질서는 경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EC 국가들은 내년까지 단일시장으로 부상하는데 필요한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멕시코도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북미 단일시장의 형성을 서두르고 있다.또한 우리나라가 속한 서태평양도 일본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블록 형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경제는 미국경제권,유럽경제권,아시아·태평양경제권으로 3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지역적 경제통합과 함께 세계경제에서의 국익우선주의가 강화될 전망인 바,이는 현재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산업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우리의 능동적인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확대와 여타 중진국들의 추월로 인하여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다.이와같은 세계적인 경제전쟁의 시대에 대비하여 우리는 국제경쟁력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조성하여야 하며 특히 모든 국민이 이제는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국가안보의 제1요소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20세기초 우리 조상들은 급변하는 정세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채 10년을 허비한 관계로 후손들은 그후 1백년가까운 세월을 갖은 고통속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태우대통령의 취임초 대통령자문기구로 21세기위원회를 설치하여 경제·복지,과학·기술,통일·국가위상,사회·문화 등 4개 분야에 걸쳐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현안문제와 2020년까지의 이상적 좌표를 연구하고 있으며 금년 5월에는 과학기술자문회의를 구성,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현안에 관한 각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동안 수출주도적 공업화를 통하여 놀라울 정도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13대 교역국으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그동안 주도했던 경제성장의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우리 국민들의 근면성에 기인한 것인데 최근 근면성이 상실된 것은 개발이 시작됐을때부터 조성되어 최근까지 이르렀던 경제질서의 정당성 위기로 설명될 수 있다.따라서 우리가 다시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고 통일을 위한 물적 토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근면성 회복을 위한 경제주체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망되는 것이다.
미래는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이 시간 속에서 잉태되고 형성되어 나가고 있다.따라서 미래에 대한 대비는 바로 오늘의 한국이 어디에 서 있는가를 명확히 인식하는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1991-12-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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