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정치선전장된 「농민대화」/김현철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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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10-30 00:00
입력 1991-10-30 00:00
농민을 대하는 정치인들의 마음은 순수해야 한다.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담보로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려 들거나 농민을 「한 표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서는 안된다.

민주당이 28·29일 이틀동안 추곡수매및 농촌문제에 대한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취지로 전국 25개지역에서 벌인 「농민과의 대화」는 바로 그 표본이었다.

13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까지 의정 사상 최초로 국회회기중 민주당이 강행한 이번 행사는 한마디로 14대 총선을 의식하고 대여정치공세에만 치중한 정치선전극이었다.선거유세 바로 그 자체였다는 여론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공동대표 일행은 28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의 한 마을에서 농민들에게 『농민의 무기는 투표』라며 『그런데도 왜 선거때만 되면 늘 여당을 찍느냐』고 힐문하고 『내년 4대선거에서는 농민을 위한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찍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이기택대표 일행은 경기도 평택군 포승면 원정리 마을에서 『오늘날 농촌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있는자 편에서 정책을 펴온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고통을 받으면서도 선거때면 여당을 찍어온 농민들의 책임도 없지않다』고 타박하기도 했다.

농민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자세라기 보다는 마치 오늘의 농촌문제가 「여당에게 표를 찍어준 농민 당신네들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힘든 형편에 처한 농민들의 심사를 더욱 뒤틀리게 했다.이때문에 대구시 중구 남산동 서현교회예술관에서 열린 경북지역 농민토론회장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농민대표 박모씨(72)는 『농촌경제가 파탄에 이른데는 야당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하면서 농수산물수입억제·추곡수매·농협민주화및 농산물유통구조개선문제에 민주당이 정책정당으로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화를 위한 자리가 일방적인 「정치선전장」으로 둔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특히 야당의 총수가 오나가나 표이야기를 주제로 연설을 일관한 대목은 모양새가 보기좋지 않았다.

농민들은 선거때만되면 등에 업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팽개쳐버리는 무책임한 정치인을 더이상 원치 않는다.
1991-10-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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