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계열 보험회사들이 자기그룹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있는 것같다.「사금고화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이제는 내놓고 「사금고」내지는 「재벌금고」로 변신,보험이 갖고 있는 고유기능이 해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위해에 대비하여 보험에 든 사람을 위한 보험회사가 아니라면 보험의 본래 기능은 상실한 것이 아닌가.◆보험감독원이 국회 국정감사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보험회사가 본래 기능을 위해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자명해진다.국내 6대 대형생명보험회사와 16개 손해보험회사가 자기그룹계열사에 대출한 자금은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1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나 증가했다.H그룹 계열의 보험회사는 그 증가율이 무려 32%에 달하고 있다.◆이처럼 해마다 자기계열그룹에 대한 대출을 늘림에 따라 6대 생명보험회사의 30대 재벌그룹에 대한 대출금 잔액은 지난 7월말 현재 모두 4조3천억원으로 전체대출금총액 10조원의 43.5%에 달했다.이대로 몇해가 지나면 간판만 보험회사이고 실제로는 재벌그룹의 명실상부한 자금조달창구로 바뀔 형편이다.◆보험사들은 편중대출 뿐 아니라 정부의 불동산억제 시책에도 불구,지난해 「5·8부동산 매각조치」이후 지난 7월말까지 8백10억원어치의 부동산을 사들였다.이들 보험회사는 보유 부동산중 37%인 18만1천여평을 임대,3백16억원의 임대수입을 올렸다.재벌의 사금고에다 부동산투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반면에 일반 중소기업에게 대출해 주면서는 대출금의 최고 60%까지 보험에 가입토록 하여 기업이 부담하는 실질금리의 경우 연18.8%에서 2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따라서 관계당국은 보험회사의 재벌 금고화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은행처럼 보험회사도 특정재벌이 일정비율이상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1991-09-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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