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시대의 남북한 관계/최호중 통일원장관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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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9-19 00:00
입력 1991-09-19 00:00
최호중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18일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후 북한의 변화 가능성과 관련,『북한은 단기적으로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위로부터의 부분적·점진적 개방과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부총리는 『이 경우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독재라는 권위주의 체제를 계속 유지하되 경제분야에서는 비교적 개방·개혁을 추진하는 일종의 개발독재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부총리는 이날 하오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원(이사장 이동원)주최 유엔가입 경축 강연회에 참석,이같이 밝혔다.
최부총리는 「유엔동시가입 이후의 남북한관계」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또 『북한이 유엔의 정회원국이 되었다 해서 그들의 대남적화통일노선을 당장 수정하든가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향후 국제기구,서방국가들과의 접근을 꾀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하고 『이 경우 북한의 폐쇄체제는 점차 개방될 것이며 남북관계는 유엔동시가입북한의 제한적 개방평화공존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평화통일의 기틀을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공조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 유엔가입과 함께 대일수교와 대미접근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최부총리는 예상했다.
최부총리는 또 『북한이 걸프전과 소련사태를 통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는 한편 유엔가입을 계기로 국제무대에서의 미군철수,한반도 비핵지대화,군축문제등을 앞세운 평화공세를 가열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부총리는 남북대화문제와 관련,단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남북대화가 북한의 대미·대일수교와 연계되어 있고 중·소 또한 바라고 있는 문제인 만큼 북한이 형식적으로나마 응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북한의 기본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당장 생산적 결실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부총리는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같은 비생산적인 남북관계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그 이유로최부총리는 북한이 취하고 있는 대외적 현실주의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적으로 또는 대남관계에 있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정책이 나타나야 하고,이를 위해서는 혁명주의노선의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엔동시가입을 계기로 한·중수교와 북한·일본수교가 촉진되고 북한·미국관계가 개선될 경우 이같은 상황변화 역시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혁명노선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체제를 수용치 않을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최부총리는 설명했다.
최부총리는 그러나 『예상외의 돌출적 사건이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경우 북한체제의 변화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며 남북한 관계나 통일문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앞으로 몇년간이 민족 분단사에 분수령을 이루는 일대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인철기자>
1991-09-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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