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이 미제물건을 좋아하게 된 것은 해방이후 6·25를 거치면서 부터가 아닌가 한다.물건 같은 물건을 만들지 못하던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원조물자다 구호품이다 PX물품이다 해서 우리는 미국을 통해 우수하고 질좋은 물건을 처음으로 구경하고 경험했으며 맛을 들이기도 했다.◆「메이드·인·유에스에이」 곧 미국제라는 표시는 품질이 우수하다는 보증서로 통했으며 나중엔 미제,외제 또는 품질이 우수하다는 의미의 「메이딘제」라는 속어까지 생겨나 요즈음도 무의식중에 쓰이는 것을 듣는다.따지고 보면 우리로 하여금 미제·일제등 외제 좋아하고 맹신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결국 미국이 아닌가 모른다.◆그 미국이 최근 한국이 미국에 대해 시장의 문을 닫고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지만 미국이 심어놓은 한국인들의 미제내지 외제선호 고질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을 본다.89년도 국민 1인당 미제물건 구매액수에서 3백94달러의 한국이 경제대국 일(3백60달러),독(2백72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제1위였다는 워싱턴 한국무역사무소 발표가 그증거다.◆미제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많이 팔고 많이 사들이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팔기는 자꾸만 어려워지는데 좋은 국산 외면하고 미제·외제만 찾는다면 앞으로가 걱정 아닌가.미제좋아하긴 일본사람도 마찬가지였다.외제를 말하는 「하쿠라이」(박래)라는 말은 우수하고 신기하다는 뜻으로 통한다.◆그런데도 일본인들은 외제선호 고질을 청산한지 오랜데 우리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85년 나카소네총리의 전국민 외제상품 1백달러어치 사주기운동이 일국민의 화젯거리 반응밖에 얻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일인들의 일산에 대한 긍지는 대단하다.외제병고치는데는 외제를 능가하는 국산을 만드는 길 밖에 없는 것인가.외제숭배 잠재의식을 추방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1991-09-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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