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논의」의 시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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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8-04 00:00
입력 1991-08-04 00:00
김영삼민자당대표최고위원이 최근 제주에서 차기대통령후보 자유경선을 수용하겠다는 구상을 주요당직자와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여당내의 대권향방과 관련된 문제라 국민적 관심은 당연하다.아직은 정치적 양동작전에 불과할지도 모르나 당내경선 자체는 정당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우리정치제도의 진일보로 볼수 있기에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조정된 내용을 토대로 실현될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문제는 지난달 26일 최영철대통령정치담당특보의 「과거 야당식 경선」발언을 통해 제기됐다.이것이 「김대표포위작전」의 일환인지 아닌지 그동기는 알수 없으나 여당의 경우 대통령의 절대적 권위에 의해 사실상 후계자가 지명되던 관례에 비추어 대통령특보의 이같은 발언은 파격적인 것이라 할수 있다.

또 김대표가 숙고끝에 이를 간접적이나마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도 후보총선전결정을 위한 승부수로 보이지만 민자당 합당당시의 지분비가 민정5 민주3 공화2로 되어있고 최근 공화계가 민정계입장에 서고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상식을 초월한 계파간의 이같은 「장군멍군」식 대응에는 상당한 정략이 내포되어 있는듯 싶다.대통령후보경선제가 미국등 선진민주국가에서 당원개개인의 뜻을 집약하는 중요한 민주제도로 일반화되어 있는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회의하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까닭은 말속에 숨어있는 이같은 정쟁적 요소 때문이다.

원내의석 3분의 2가 넘는 집권당이 치열한 내분을 벌인다면 그여파는 정치불안과 국정의 혼돈으로 이어지며 결국 그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이같은 문제는 이제 국민앞에 떳떳이 내놓고 논의되고 나아가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노력이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제기된 경선문제가 대통령후보 결정시기를 14대 총선 전으로 하느냐 그이후로 하느냐의 문제에서 파생된만큼 이에 대한 계파간의 갈등이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는 현직대통령의 임기가 1년반이나 남아있는 시점에 이문제가 모든것에 앞서서 논의되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따라서 이에대한 논의를 적어도 이번 정기국회의 주요국정처리때까지 철저히 유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그런다음 국민앞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어나가더라도 너무 늦다고 볼수는 없다.

최근까지도 정치인들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이익에 투철하여야 한다는 생각과는 별도로 대권이다 계파다 하면서 다투는 행태를 「정치」라고 생각해 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이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야당이 경선하던 과거와는 달리 일사불란을 외치고 있는 시점에서 여당에서 뜻밖에도 「과거 야당식 경선」얘기가 나오고 논의가 진전되고 있음은 여당의 당내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민주화의 주요한 계기로 보기에 논의가 더욱 구체화되기를 바라며 그 과정을 국민과 더불어 주시하고자 한다.
1991-08-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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