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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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8-03 00:00
입력 1991-08-03 00:00
세계의 언론들은 영국의 전총리 대처 여사를 「철의 재상」으로 표현했고 필리핀의 전대통령 미망인 이멜다여사를 「철의 나비부인」이라고 불렀다.동·서양 두 여걸의 대명사앞에 「철」을 갖다 붙인 것은 강심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그러나 이 여인들의 강심장은 정반대의 개념이다.◆이른바 노조병으로 파탄위기에 직면했던 영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과감한 정책을 단호하게 추진했던 강심장이 대처의 것이라면 병약한 남편을 부추겨 악명높은 독재자로 만들고 자신은 그 그늘에서 엄청난 부를 쌓아 가난한 조국을 더욱 피폐하게 했던 강심장은 이멜다의 것이다.우리나라에도 장영자니 조춘자니 엉뚱한 강심장의 여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멜다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멜다가 남편 마르코스와 함께 필리핀에서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한 것은 86년.이들이 말라카냥궁을 떠난 뒤 이 대저택의 지하실에는 3천켤레의 구두,수백벌의 의상,1천여개의 핸드백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이를 구경하던 한 가난한 시민이 졸도까지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지금도 이멜다는 세계 곳곳의 은행예금과 부동산 그리고 필리핀 모처에 숨겨놓은 금괴 등 약2백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그런데 최근 필리핀정부가 그녀의 귀국을 허용하면서 이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고 그녀 자신도 귀국을 해야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망설이고 있다는 소식.◆이멜다의 귀국을 허용한 필리핀 정부나 귀국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그녀의 속셈이야 서로 딴판이겠지만 그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그저 딱하기만 하다.「철의 나비부인」이멜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부정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모두 바치고 용서를 비는 것만이 남편의 넋을 위로하고 그녀의 여생을 위해서도 편안한 길이 될 것 같다.
1991-08-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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