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사전 포석이냐 회중 탐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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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7-18 00:00
입력 1991-07-18 00:00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신민당총재가 16일의 청와대회담에서 거론한 내각제개헌관련 대목이 정가의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심의 핵심은 이미 「꺼진 불씨」로 여겨졌던 내각제개헌 논의가 되살아날 것인지 여부와 실제로 대세의 흐름이 내각제개헌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데 있다.
청와대와 김총재가 발표한 대화내용을 곱씹어보면 『상황변화가 오게되면 내각제개헌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유추해석도 가능하다는데서 논란은 시작된다.
청와대회담에서 내각제개헌부분은 김총재가 이미 예고했던대로 주도적으로 제기했고 노대통령은 이에대해 『지금은 국민 대다수가 내각제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내각제를 추진해서도 안되며 개헌을 추진해서도 안된다』고 답변했다.
이에대해 김총재는 『그렇다면 국민이 원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졌고『김총재가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적 합일점을 찾으면 그때가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발표였다.김총재는 이부분에 대해 『국민이 원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그런 현실이 있겠는가.국민 다수가 원하고 김총재가 찬성하면 모르지만 잘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발표했었다.
공식발표된 내각제 관련 대화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김총재가 『국민이 원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가정법을 동원해 질문한 것과 양측 발표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김총재가 찬성한다면』이라는 식으로 답변한 점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김총재의 질문은 마치 내각제를 권유하는 듯한 인상도 풍기고 있으며 노대통령의 답변은 『내가 직접 나설 수는 없고 김총재가 한번 나서 봐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총재는 『당이나 나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노대통령이 내각제개헌을 적극 추진하지는 않지만 그럴 환경이 조성되면 추진할 수도 있다는 심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부연해 내각제문제가 여전히 잠복성 현안이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청와대측은 『개헌 얘기는 우리에겐 모두 지난 일이며 이제 김총재가 생각이 있으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청와대가 개헌론과는 결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김총재도 17일 『여하튼 내각제는 안하기로 한 것 뿐이며 어제 회담은 내각제를 안하기로 한 자리일 뿐』이라고 내각제 논의의 부활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노대통령과 김총재가 내각제개헌을 안하기로 다시 합의했다면 궂이 오해의 소지가 많은 대목까지 발표할 필요가 있었겠냐는 것과 그것도 청와대와 김총재가 함께 발표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이고 의미심장하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또 발표내용이 그 정도 수준이면 실제로 오고간 얘기는 얼마나 농도가 짙었겠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회담에서 김총재가 선거법개정과 정치자금분배 등에 있어 「만족」수준의 선물을 받아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하다고 할 수 있다.야당 역시 납득할 만한 물량과 환경을 확보한 상태에서 14대총선에서 한판승부를 겨루어보고 그결과에 따라 내각제개헌문제를 재론해 보자는 교감이 이루어진 결과 김총재에게 주어진 사전배려가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민자당에서는 각계파별로 부분적인 견해차가 있기는 하지만 김총재의 내각제개헌 거론을 여권교란을 위한 전략,또는 총선에서 대패할 경우 변신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두가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윤환사무총장은 『청와대나 민정·공화계에서 김대중총재가 내각제쪽으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을 갖고 있으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우리는 김총재가 정식으로 제의하기 전까지는 내각제를 결코 거론치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현상태에서 내각제개헌논란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위해서는 김총재가 보다 발전된 입장에서 개진하기전에는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김총재가 그동안 발언해 온 반내각제 논리의 강도로 미루어 가까운 시기내에 입장변화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총재는 물론 김총재주변에서는 내각제를 포함한 개헌문제가 심상치않게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김총재는 17일에도 『우리당은 부통령제개헌을 총선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말했다.또 임춘원의원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면 헌법3조의 영토조항은 개정해야 하며 그 경우 권력구조개편문제가 제기되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피력했다.유준상의원은 이번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대통령제」를 거론했고 얼마전 박영록최고위원의 내각제개헌관련발언 파문도 있었다.
결국 확실한 결판은 총선결과에 의해 좌우될 것이며 이점에서 총선전에 내각제개헌논의가 부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김명서기자>
1991-07-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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