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미군기지 어찌될까/잇단 화산피해… 워싱턴의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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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6-26 00:00
입력 1991-06-26 00:00
◎클라크기지 폐쇄 땐 아·태전략 수정 불가피/수빅만기지 유지… 공군은 괌에 이전 가능성

필리핀의 피나투보화산 폭발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방위전략의 재구성을 강요하고 있다. 피나투보화산의 분출로 필리핀에 있는 미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의 기능이 마비됨에 따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거점인 이들 기지의 존재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피나투보화산은 앞으로 적어도 3년 동안 간헐적 분출활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번과 같은 대규모 폭발이 언제 또다시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 진행중인 필리핀과의 기지 임대협상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군사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은 오는 9월16일로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의 임대연장을 위한 지루한 협상을 벌여왔다. 비록 임대기간과 임대료 등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피나투보화산이 분출되기 전까지만 해도 협상타결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었다.그러나 피나투보화산의 폭발은 단순한 임대연장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협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화산재 등의 패해로 피나투보화산에서 불과 16㎞ 떨어진 클라크 공군기지의 비행장으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상실됐다고 밝혀,기지의 폐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볼티모어선지도 미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화산의 폭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군기지의 폐쇄 및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설사 클라크 공군기지를 폐쇄하더라도 미 제7함대의 보급 및 정비거점인 수빅만 해군기지만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수빅만기지의 유지가 계속되더라도 미국의 해외 공군기지 가운데서 가장 큰 클라크 공군기지가 폐쇄될 경우 2차대전 이후 수립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군사전략이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제13공군사령부인 클라크 공군기지는 그 동안 미국,싱가포르,한국을 비롯한 미 동맹국들의 주요 조종사 훈련기지 및 서태평양 및 인도양에대한 보급선의 핵심적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해 왔다. 수빅만의 함대 및 항공기들과 함께 클라크기지를 이륙한 항공기들은 원유를 비롯한 주요 상품들이 일본,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으로 안전하게 수송되도록 해운항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온 것이다.

필리핀의 미군기지는 이같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방위전략의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냉전체제의 붕괴와 함께 소련과의 대결구도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필리핀내의 미군기지의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미 정부는 이들 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며 피나투보화산의 폭발 이전에 이미 전반적인 국방비 감축차원에서 클라크 공군기지의 폐쇄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태평양지구 총사령관인 찰스 리슨 제독은 최근 미국은 클라크 기지의 폐쇄결정을 내리는 경우라도 이 기지와 비슷한 규모의 새로운 기지를 태평양지역에 다시 건설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괌,한국,일본,싱가포르 등에 있는 기존시설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크 기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미국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만약 이 기지가 폐쇄될 경우 미국의 태평양 방위전략의 거점은 괌이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설사 클라크기지를 그대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피나투보화산의 폭발은 필리핀내 미군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한다.<이창순 기자>
1991-06-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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