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신민 왜 동반관계 복원 서두르나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1-06-26 00:00
입력 1991-06-26 00:00
◎“우선 정국안정”… 여야이해 일치/임시국회 운영등 대화채널 가동/“신민 지도부 입지강화 지원” 유화제스처/여/광주회동등 통해 내분후유증 치유 모색/야

광역의회선거 결과 야권의 참패로 붕괴위기에 직면했던 민자­신민 양당구조의 복원을 위해 여야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지난 24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이 『신민당을 정치파트너로 향후 정국을 운영하겠다』며 기존 양당구조의 불변을 천명한 데 이어 22·25일 잇달아 신민당측과의 비공식접촉을 통해 7월 임시국회 운영문제를 논의하는 등 신민당과의 동반관계를 다시 정립하기 위해 바쁜 움직임이다.

또한 김윤환 총장이 『이번 광역의회선거로 민주당이 사실상 궤멸됨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은 신민당과 함께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데 이어 김종호 총무도 『국회운영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전반에 걸쳐 여야가 공동으로 노력해야만 국민이 여망하는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민자당의 고위당직자들도 민자­신민 양당구조의 복원을 겨냥,신민당 「지원발언」을계속하고 있다. 더구나 김 총무는 당정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2차 추경의 7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문제도 『야당의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든가 『누구 덕분에 금배지를 달았는데 물러가라고 할 수 있느냐』며 김대중 총재의 2선퇴진을 요구하는 신민당내 일부 세력을 겨냥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

또 선거 이후로 처리를 미뤘던 김봉호 사무총장·신순범 의원 등 신민당의 공천헌금비리 관계자에 대해서도 불구속수사를 사전에 약속하는 등 신민당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유화제스처도 병행하고 있다.

신민당측도 민자당의 이같은 「구원의 손길」에 호응,재빨리 김대중 총재 지도체제의 건재함을 재확인시키는가 하면 국면 전환을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대화에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

특히 한때 그 실현에 의문이 제기됐던 7월1일의 김영삼 대표와 김대중 총재의 광주회동문제도 양당구조의 필연성을 부각시키는 상징적인 모임으로 만들기 위해 성사를 위한 막후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역의회선거나 88년의 4·26총선 이래 3년 만의 정당대결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민자­신민 양당이 이처럼 선거결과를 차치하고 기존 양당구조의 불변에 초점을 맞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현 정치상황에서 양당구조의 지속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 예상밖의 승리를 거둔 주된 요인을 국민의 안정희구심리로 해석하고 있는 민자당으로선 국민의 이같은 욕구를 정책에 반영,충족시키려면 정치권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기존정치세력권의 재편을 예고하는 「대변혁」을 기대하는 부류도 있었으나 어차피 신민·민주당 등 야권의 참패로 귀결된 이상 기존의 정치파트너인 신민당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향후 정국을 주도하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칫 야권이 격변의 회오리에 휩싸여 그 여파가 여권으로 번질 경우 현재의 상승무드를 14대총선에까지 연결시킨다는 기본전략에 차질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가 하면 24일의 당무회의의 표결로 야권통합과 김 총재 2선퇴진 요구라는 급한 불길을 잡긴 했으나 여전히 선거참패의 상처를 안고 있는 신민당으로서도 양당구조 재건이라는 외부적인 명분을 통해 관심을 밖으로 돌리고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즉 민자당과의 야당구조라는 「틀」에 기대어 선거 이후 신민당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외압」을 버티어내면서 장차 야권통합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향후정국을 양김의 광주회동,임시국회로 단순화시켜 지금의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도 관측된다.

민자­신민 양당의 이같은 이해득실 때문에 신민당은 앞으로 사안에 따라 일정 수준의 목소리를 낼지라도 안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절히 타협하면서 당을 운영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자·신민 양당의 이같은협력구도가 자신들의 필요성에서 나온 일시적인 제휴임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정국변화에 따라 와해되거나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에서의 압승기류 때문에 숨죽이고 있는 민자당내 계파의 목소리가 돌출하거나 신민·민주 양당내 「야통」의 목소리가 정치상황이나 여론의 향배에 따라 의외의 세를 얻을 경우 지금의 민자­신민 양당이 인위적으로 붙들고 있는 역학구조는 또다시 변화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우득정 기자>
1991-06-26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