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몰이」 퇴조… 혼탁 방지 과제로/19일간의 선거운동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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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6-20 00:00
입력 1991-06-20 00:00
◎정당개입으로 「지역색깔」 아직도 극명/유권자 접촉 규제 심한 선거법도 문제/역대 국회의원 선거 때보다는 “상대적 공명”

6공 출범 이래 지난 88년의 4·26총선 후 3년 만에 전국적인 규모로 여야정당간의 대결이 된 시도의회선거의 선거운동이 19일 막을 내렸다.

3월에 실시된 기초의회선거와는 달리 정당개입이 허용된 이번 광역의회선거는 당초 예상대로 여야 및 후보들간의 접전이 맞물려 선거운동 막판에는 후보들간의 마타도어·흑색선전·인신공격 등 타락양상이 난무했으며 고발·고소사태가 잇따르는 등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비록 13대 총선이나 87년 대통령선거 때처럼 극단적인 지역감정이나 대규모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지난 19일간 진행된 선거전은 정상궤도를 이탈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가 하면 이번 선거전 역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치권이 선거전을 주도함에 따라 일부지역에서 지역색깔이 여전히 극명하게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또한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2회의 합동연설회 및 전단배포 등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든가 선거운동방법에서 정당추천 후보와 무소속 후보간의 지나친 불평등,일상적인 정당활동과 정당의 선거지원활동간의 모호한 한계 등 애초부터 현행선거법은 선거법 위반사례 및 위반시비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전이 파행적으로 진행된 데는 선거법 자체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여야의 수뇌부가 이번 선거를 차기대권경쟁의 전초전으로 인식,경쟁적으로 전국을 누비며 선거열기를 부추긴 데다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지구당 위원장 역시 차기총선의 예비전으로 보고 치열하게 「대리전」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보다 우세하다.

여권의 차기대권주자를 겨냥하고 있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경우 경북·충남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지구당 당원단합대회에 참석,당내 지지기반확대는 물론 여권 선거전략의 주무기인 안정논리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여권 2인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역점을 두는 듯한 모습을보였다. 특히 김 대표의 호남방문은 선거운동과는 무관한 상징적인 「정치행위」라는 관측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이번 선거전을 보는 김 대표 시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김대중 신민당 총재는 공공연하게 이번 선거전의 성격을 차기대권경쟁의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영역확장을 위해 내각제 개헌음모,3당통합,물가불안,우루과이라운드협상 등 중앙정치무대용의 정치공세를 퍼부었다.

또 이기택 민주당 총재는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틈을 노리고 민자·신민당 등 기존 양당구조의 타파를 외치면서 「새정치 도덕정치」의 기치로 자신을 전국적인 인물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열을 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각 지역구마다 국회의원과 원외지구당위원장들도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차기총선의 공천권이 좌우될 뿐만 아니라 차기총선에서의 가능성까지 사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로 파악,자신이 추천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들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여 전면에 나서 선거운동을 독려하는가 하면 앞다투어 당수뇌부의 지구당순회 등 지원군 요청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 정당이 과거의 선거전에서 구사했던 모든 선거전술을 동원했음에도 이번 시도의회선거는 몇가지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특이한 현상을 낳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지난 17일의 신민당 잠실집회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역대선거에 비해 야당의 바람몰이선거전략이 현저히 퇴조기미를 나타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집회의 고지방법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옥외집회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선거법의 관계규정과 지역일꾼을 뽑는 주민자치선거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신민당의 지역성과 한계가 보다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또한 기초의회선거를 치르면서 시만단체를 중심으로 새롭게 일기 시작한 공명선거분위기가 지역선거에서조차 정치공세로 일관하는 야권의 선거전략에 상대적으로 맞바람구실을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유세장의 분위기나 선거운동의 전위부대역할을 해온 재야 및 운동권학생의 선거개입정도가 정원식 총리서리에대한 폭행사건의 여파로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이번 선거전의 특징으로 분류되고 있다. 선거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서울·호남·경남 등 일부지역에서 운동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특정정당의 후보낙선운동이라든가 화염병투척 등 폭력행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후보자들이 국민감정을 헤아려 학생들을 선거운동원으로 기용하거나 이들이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밖에 이번 선거가 비록 지방의회선거라 할지라도 사실상 정당대결의 양상으로 선거전이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과거에 비해 유권자들의 인물선호경향이 정당보다는 인물위주로 급격히 변모되고 있는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가 막판에 갈수록 혼탁상을 더해 간 것은 사실이나 정당이 개입한 역대선거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는 공명의 정도가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우득정 기자>
1991-06-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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