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협정」체결 검토/유엔가입후 한반도안정장치 마련 전제
기자
수정 1991-06-14 00:00
입력 1991-06-14 00:00
이상옥 외무장관은 13일 『남북한의 유엔가입 후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보장장치가 마련된다면 주한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포함해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지역정책연구소(이사장 송용식) 주최 조찬간담회에 참석,「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한반도 및 동북아질서 재편에 미칠 영향」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마친 뒤 가진 일문일답을 통해 『남북한 유엔가입이 휴전협정에 즉각 영향을 미칠 수는 없으며 다만 유엔가입 후 유엔사 해체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를 북한이 주장해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보장 장치가 마련된 뒤에 휴전협정이 폐기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며 『유엔사는 휴전협정의 한 당사자인 만큼 당장 이를 해체하는 것은 휴전협정의 당사자가 없어지는 것이 돼 한반도의 안정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는 대남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남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남북이 따로 유엔가입신청을 내더라도 결국에는 단일가입결의안으로 일괄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영문 알파벳 국호표기순서상 북한(DPRK)이 1백60번째,우리(ROK)가 1백61번째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의 예상되는 정치공세에 쐐기/정부의 기존입장 변화는 아닌듯(해설)
이상옥 외무장관의 남북한 유엔가입 후 유엔군사령부 해체 및 평화협정대체 검토발언이 기존 정부입장의 변화를 의미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는 최근 학계 등에서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한반도 핵문제와 함께 취급이 거의 금기시돼온 문제를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언급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이 장관의 발언은 예상되는 북한의 정치공세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지 정부의 기존입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장관은 이날 『휴전협정의 폐기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전제조건으로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제시했다.
정부가 그 동안 줄곧 밝혀온 평화보장장치는 남북대화의 실질적 진전과 기본조약 및 통상·통행·통신 등 3통협정의 체결,대남 혁명노선의 명시적 포기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유엔가입 후 예상되는 북한의 정치공세에 쐐기를 박는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박정현 기자>
1991-06-14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