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주변 숲속에 날짐승 사라진 지 오래야』 『아냐, 살긴 산대. 그렇지만 모두가 기형이라더군』. 이런 농담을 들은 일이 있다. 그쪽에서 날이면 날마다 시끄럽고 최루탄 날고 했을 때의 일이다. ◆날짐승이라 하여 소음에 무심할 수가 없다. 독한 냄새에 견뎌날 리도 없고. 에라,못살겠다 싶어 어디론가 이사를 갔을 법하다. 조상대대로 둥지 틀어온 곳 못버리겠다 하여 눌러산 경우 유산도 했을 법하고,아니더라도 낳아논 새끼가 어딘가 잘못되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주변의 주민들도 그렇다. 살 곳 못된다 싶어 얼마나 짜증을 냈겠는가. 불편했겠는가. 세브란스병원 입원환자들의 고통은 또 어떠했으며. ◆시위 농성이 백병원으로 옮겨지자 이번에는 그곳 주민들에게로 불편도 옮아갔다. 입원환자들이 「대책위」에 찾아가서 했던 호소 『여보쇼,우리 잠 좀 자게 해주쇼』. 모르면 몰라도,병원 쪽 손실도 엄청날 것이다. 병원뿐 아니다. 그 주변 가게들의 매상도 줄어들 것임에 틀림없는 일. 엊그제 고대생들이 시위하려 나서자 주민들이 몸으로 막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제발,우리의 삶을 이 이상 괴롭히고 불편하게 하지 말라는. ◆시위하고 농성을 하면 거기 대치하는 경찰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선의의 시민들이 눈물 흘려야 하고 더러 돌팔매질에 얻어 맞기도 한다. 가게문을 내려야 하고 교통이 막혀 헤매어야 하고. 사납금에 쫓기는 택시 기사들이 욕설을 퍼붓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시민생활을 보호하는 범위 안에서의 시위를 허용한다. 만약 허용범위를 넘으면 법의 적용은 서릿발 같다. ◆오늘의 우리 시위 농성은 나만 있고 너는 없다는 식의 방약무인이다. 내 주장을 위해 남의 피해에 눈 감는다. 그러지 못하게 하면 화염병이 날고. 남을 존중할 줄 모른다는 것이야 말로 가장 비민주적인 것. 이 점에 대한 각성 없이 시위문화는 정착하지 못한다.
1991-06-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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