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복세력엔 관용 있을수 없다”/김기춘 새 법무장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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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5-27 00:00
입력 1991-05-27 00:00
◎“법질서 확립·법 공정집행에 최선/강성파 인상 씻고 합리파로 처신”

『부족한 사람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직책을 맡았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임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26일 하오 장관임명 발표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도 명지대생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국무총리까지 바뀐 난국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발전을 위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난국을 어떻게든 타개해서 국가발전을 위한 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를 확립해야 할 겁니다. 법질서 확립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경제를 번영케 하며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검사재임 당시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법질서 확립에 남다른 소신을 갖고 있는 김장관다운 구상이다.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법은 없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항상 충돌하는 현실사회이니만큼 구성원들의 타협과 양보위에 피는 꽃이 바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있는 법은 지켜야 됩니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 사회가 규범부재,즉 혼란한 상태로 빠지고 맙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 부단히 있어야 할 법,즉 이상적인 법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국민은 법을 지켜야 되고 정부는 최대한 공정하게 법을 집행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며 이상적인 법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됩니다. 국민과 정부가 간격없이 협조해 이 어려운 난국을 풀어나가야 할 줄 압니다』

법질서 확립을 남달리 강조해온 그에게는 「공안정국을 주도한 장본인」 또는 「강성파」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그는 『나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사람,합리적인 검사라는 평을 듣길 바랐는데 강성파로 분류된다면 앞으로 이를 반성하고 더 한층 법집행을 민주적으로 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국가보안법 개정과 이에 따른 보안사범들에 대한 특별조치에 대해서도 그다운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을 개정한 데 대해서는 무조건 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그 개정취지는 남북 관계개선을 돕기 위한 전향적 조치이지 체제전복을 노리는 도전세력에 대해 관용을 베풀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에서의 법률개정정신에 따라 법을 운영해 나가면서 체제도전세력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철퇴를 가해야 될 줄 압니다』

벌써부터 금품수수 등 혼탁조짐을 보이고 있는 광역의회의원선거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서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으며 그러니만큼 선거의 공정성은 우리 시대의 절대절명의 과제이기도 하다』면서 『이 역시 국민과 정부가 다같이 공명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첫 임기제 검찰총장을 지낸 지 6개월 만에 다시 법무부장관직을 맡은 김 장관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어느 정도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수에게 각료로 입각하면서의 감회가 깊다고 말한다.

『그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 깨닫지 못했던 점을 몇개월쉬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우선 우리사회가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도 불편이 없어야 되고 품위가 유지될 수 있을 때 선진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수준에까지 이르려면 멀었다고 생각됩니다. 또 누구든지 아플 때 종합병원 응급실을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어야 되는데 이 부분 역시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국무위원으로 이 같은 국민의 불편한 부분을 개선하는 역할과 법무부장관으로 「법 질서확립」과 공정한 법 집행을 하도록 노력하는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습니다』

이제 막 임명된 장관이면서 포부와 설계가 분명한 원칙주의자였다.<최홍운 기자>
1991-05-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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