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불안과 산업현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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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5-11 00:00
입력 1991-05-11 00:00
「치사정국」 이후 노동운동이 노학연계의 위험한 양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명지대생 치사사건 이후 계속되고 있는 규탄집회와 시위로 야기된 시국불안이 산업현장으로 파급,재야 근로자와 학생들이 연대하여 노동운동을 강성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9일 열린 「범국민 결의대회」에 전국 23개 노조 1만4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작업을 거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재야 노동계는 9일 하오 시한부 파업을 시작으로 15일께 전면적인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시국불안이 산업현장으로 파급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금협상 전망을 극히 어둡게 만들고 있다.

10일 현재 전국 1백인 이상 산업체 6천5백90개소 가운데 81%에 달하는 5천3백60여 개 업체가 임금교섭을 진행중이거나 곧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협상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작업거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산업현장에 나쁜 영향을 안겨 줄 게 거의 분명하다.

지난 87년 이후 3년 동안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였다가 지난해 겨우 진정기미를 보인노사관계가 시국불안을 계기로 충돌하게 될 경우 우리 경제의 후퇴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경제는 그 자체가 몹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소비자 물가가 4월말까지 5.4%나 올라 있다. 연률로 따져 16.2%로 올해 물가억제목표 8∼9%를 2배 정도 앞서 있다.

국제수지 역시 과거의 만성적인 적자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역수지가 지난 4월말에만 11억3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였고 연말까지는 6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은 지금까지는 건설경기의 과열에 의해 그럭저럭 지탱해 오고 있으나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파업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성장마저 보장받기 어렵다. 물가·국제수지·성장 등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칠 위험한 시점에 처해 있다.

우리 경제가 나빠질 경우 그 피해를 받는 측은 우리 국민이다. 근로자들의 경우 노사분규로 기업의 경영수지가 나빠지면 결국 분배의 몫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파업과 사용자측의 휴업이 악순환되다가 기업이 도산하고 말면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모두는 이런 경제의 악순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경제난국을 타개하려는 의지나 결의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의 심각성은 바로 경제주체들의 그러한 방관적 자세에 있다. 일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불법적인 작업거부나 파업이 만성화되고 있는 데도 사용자측은 공권력이 이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더 나가서는 사용자측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정치불안이 경제난국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그 책임을 정치권에 돌리고 있다.

현재 난국의 책임은 어느 한쪽에 있다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 있다. 산업현장의 작업거부의 책임은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시국불안을 탓하기에 앞서 자체내의 노사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근로자들 역시 시국현안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산업현장은 국부의 원천이고 우리의 일터이다. 시국현안을 빌미로 하여 쉽게 일손을 놓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곳이다. 시국이나 정치의 제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 없는 곳이 산업현장이다.
1991-05-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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