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수강」 철회의 뒤안/오풍연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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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4-30 00:00
입력 1991-04-30 00:00
교육부가 고교생의 학기중 학원수강을 허용하는 방안(서울신문 23일자 보도)을 적극 추진하려다 일선교장 및 교사들의 거센 반발로 큰 「홍역」을 치렀다.

『학원수강을 허용하게 되면 학교교육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일선교사들의 주장임은 말할 것도 없다.

상당수 교장과 교사들이 자율학습의 폐지 및 학원수강 허용문제를 거듭 거론했던 서울시 김상준 교육감과 부산시 우명수 교육감을 성토하고 나섰다.

이 문제를 논의했던 지난 18일의 시도교육감 회의에서도 이들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감들은 학원시설이 절대 부족한 지방도시의 실정과 학교교육의 파행화를 우려해 강력하게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교육부는 그러나 영향력이 강한 두 교육감의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전국 15개 시 도 교육청의 의견을 모으는 등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었다.

교육부 장학편수실에서는 이와는 별도로 각급 학교의 덕망있는 교장선생님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원수강 허용여부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학원수강은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다수 교육종사자들의 한목소리였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서는 『일선 교장과 서울시교육위원회 학무국장,문교부 장학편수실장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교육자가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건의를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나왔다 한다.

여하튼 지난주까지 일선 시도 교육청의 의견을 모은 결과 서울,부산,대구 등 3대 도시 말고는 나머지 12개 교육청에서 한결같이 학원수강 허용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자율학습을 폐지하고 학기중 학원수강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서울시교육청도 교장단들이 이의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자 대세를 감지한 듯 정식으로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고교생의 학기중 학원수강 허용방안은 검토단계에서 「시행착오」로 굳어지면서 철회됐다.

이 같은 과정을 지켜보면서 특히 교육정책은 즉흥적인 발상을 지양하고 신중하고 진지한 논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이기 때문이다.
1991-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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