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업무용 매각불응과 특별제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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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4-28 00:00
입력 1991-04-28 00:00
5·8부동산대책에 불응한 재벌에 대한 신규여신 중단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해 있다.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조치가 취해진 지 1년이 가까워오도록 그 실적이 60.1%에 불과하자 정부가 특별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노재봉 국무총리는 일반여론을 감안해서인지 지난 25일 국회답변에서 매각불응 재벌기업에 신규여신 중단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조치를 취해야 할 재무부와 은행감독원은 아직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시한인 지난 3월4일을 넘긴 재벌기업에 대해 1단계 금융제재조치로 해당기업의 대출금에 연 19%의 연체이자율을 물리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재벌그룹들은 연체이자를 내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비업무용 부동산을 갖고 있겠다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1단계 금융제재로 이들 재벌그룹이 부담하는 금융상 불이익은 1백49억원에 불과,땅값 상승에 비하면 제재효과가 미비하기 때문에 비업무 부동산 보유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신규여신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고 주장이다. 그 특별제재조치는 몇 가지 점에 기필코 단행되어야 한다. 지난해 5·8조치가 단행되었을 때 재벌그룹들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스스로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매각불응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어기는 일뿐 아니라 정부조치에 대한 정면도전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특별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정부정책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고 국민들의 재벌그룹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더 팽배해질 것이다. 당시 정부조치의 목적은 재벌그룹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데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만약에 재벌그룹의 매각거부로 5·8조치가 그 실효성을 상실하게 된다면 정부는 재벌그룹의 부동산 투기를 영구히 막을 수 없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는 앞으로의 조치에서 이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정부조치에 불응한 업체는 부동산의 상승에 따라 이득을 보고 정부정책에 순응하여 부동산을 매각한 업체는 손해를 보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업체에 이익을 돌아가기는커녕 불이익이 돌아간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정부시책이나 조치에 따르겠는가.

일부에서는 신규여신을 중단할 경우 재벌그룹의 해당회사는 물론 재벌그룹 전체가 도산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조치는 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초 신규여신규제를 하겠다고 발표했던 은행감독원에서도 최근에 2단계 신규여신 중단조치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논리는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재벌그룹이 신규여신규제로 부도위기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해당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면 되지 않는가. 부도위기 때문에 특별제재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은 매각불응을 옹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은행감독원은 당초 방침대로 신규여신 중단을 통해서 재벌그룹의 부동산 매각을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1991-04-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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