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소 수행원 나이트/미 행정요원서 고르비 자문역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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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4-22 00:00
입력 1991-04-22 00:00
미샤 G 나이트(40). 이번 한소정상회담을 위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제주에 온 소련 대표인 일행중에서 극히 이색적인 경력과 「과거」를 가진 사람이 끼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공식 직함이 대통령경제보좌관의 보좌역인 미샤 G 나이트씨로 미국에서 공부한 소련인이다.
87년 출판한 「소련과 거래하는 방법」이라는 저서가 현재 구미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을 만큼 상당히 알려진 소련 경제전문가다.
그러나 이런 학문적 업적보다는 그의 개인적인 이력이 더 흥미를 끈다. 그는 78년 단신으로 조국 소련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78년 체결된 미소 이민협정 덕분에 이민하기가 비교적 쉬웠다고 한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도와주는 사람하나 없었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10여년 전부터 「미소 경제협력위」를 설립해 미 행정부에 대소자문을 해왔다. 그는 지금까지 레이건·고르바초프의 뉴욕정상회담,몰타 미소정상회담에 미측 대표단으로 참석했고 이번에는 소 대표단을 따라 일소 및 한소 정상회담에 참여했다.
소련 대표단을 따라오게 된 이유는 그가 이제 미국 이민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소련으로 되돌아갈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스크바시 위원회가 대외경제관계 자문위원으로 내정돼 있다.
13년이 이민생활을 마치려는 이유는 소련도 이제 미래의 비전을 가지게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년전 27살의 청년 나이트가 조국 소련을 등졌던 것은 바로 소련에서는 아무런 희망도,앞날의 비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암담했던 소련에 희망을 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높게 평가했다. 따라서 소련 파업노동자들의 「고르비 사임」 요구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일소,한소정상회담의 의의도 소련이 경협보다,일본·한국의 노동자들로부터 밤새워 일하는 근면정신을 배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소련 노동자들이 바꾸어야 할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보상을 바라는 자신들의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일소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북방도서 반환을 경협에 연계시킨 것은 경제대국 일본답지 않은 자세라고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냉전체제가 와해된 새 국제질서 아래서 정치적인 문제를 경제에 결부시키면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나이트씨는 이번 회담 후 일단 미국으로 갔다가 곧 모스크바로 돌아갈 계획이다. 소련의 개혁과 개방으로 「미국 이민다시 조국 소련으로」라는 자신의 특별한 인생역정이 소련 경제개혁에 분명 유익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아직 미혼으로 뒤늦게 미국으로 건너온 부모와 함께 현재 워싱턴 DC에서 살고 있으며 내년 봄 「무역·평화·국가안보21세기를 향한 미소관계」라는 두번째 저서를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제주=이기동 기자>
1991-04-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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