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TV종교극 바람(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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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4-15 00:00
입력 1991-04-15 00:00
요즘 인도의 TV들은 종교드라마를 유난히 많이 다루고 있다. 이는 지난 수 년간 극시한 종교분쟁으로 희생된 사람이 너무도 많은 데 따른 반작용이기도 하며 TV드라마를 통해 종교분쟁을 해소해 보려는 인도당국의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8억에 가까운 인도의 인구 중 힌두교도가 83%,이슬람교도가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크교와 기독교는 소수 종교에 머물고 있다. 인도의 종교분쟁은 종교간 마찰이 없이 편안히 지나는 날은 거의 하루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난히 심한 편이다. 이 같은 종교분쟁 해소를 위해 종교물을 다룬 TV드라마를 들고 나온 인도당국의 발상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인도의 TV들은 많은 종교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데 요즘 방영되고 있는 「디프 술탄」 「라마 야나」 「마하바라다」 같은 프로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게 현재 촬영이 한창 진행중인 「성서이야기」이다. 인도국민 중 기독교도는불과 2.1%밖에 되지 않지만 기독교의 교리를 널리 알림으로써 힌두교도와 기독교도간의,또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간의 뿌리깊은 종교분쟁을 어떻게든 해소해 보려는 인도당국의 노력에 따른 것이다.
천지창조에서부터 예수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구약과 신약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을 29회(매회 40분 방영)에 걸쳐 시리즈물로 다루게 될 이 「성서이야기」는 인도 TV로선 파격적인 1억루피(한화 약 3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야심만만한 작품이다. 방영날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촬영을 지휘하고 있는 푸누스 PD는 이미 7회분까지 촬영을 끝냈으며 오는 6월까지는 모든 촬영을 마칠 계획이라며 인도 남부와 중동 로케장소에서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기독교가 소수 종교임을 반영하듯 「성서이야기」 제작팀 중 실제 기독교도는 얼마 되지 않는다. 푸누스 PD 자신은 기독교도이지만 기독교도 중에서 국민들의 인기를 끌 스타를 기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 아담역은 힌두교도가,노아역은 이슬람교도가,또 아브라함역은 시크교도가 맡는 등 실제 출연진의 대다수가 기독교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인도당국이 종교분쟁 해소를 위해 TV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인도국민의 문자 해독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해 많은 국민들이 TV를 보는 것으로 여가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인도 공보부의 라마모한 라오씨는 『다른 종교를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종교그룹간의 조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 같은 일은 공공 미디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드라마가 드라마로서의 인기를 얻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국의 의도대로 종교분쟁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예수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내 생활과는 아무 관련도 없기 때문이다』는 한 힌두교도의 말대로 일반국민들 사이에 종교적 감정의 벽이 아직도 너무 높기 때문이다. 드라마로서의 성공이 이 같은 종교적 감정의 벽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지가 인도정부의 독특한 종교분쟁 해소책의 성패를 가를 열쇠가 될 것으로보인다.<유세진 기자>
1991-04-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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