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해답찾는 소 경제/김영만 모스크바특파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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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4-13 00:00
입력 1991-04-13 00:00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나라 소련에서 보는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신비하고 경이로운 나라 중의 하나다. 「기적」 「경이」는 지난 70년대에 우리가 듣다가 이젠 잊어버린 단어들이다. 이 말들이 한국을 묘사하는 소련신문에는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학교나 연구소들은 한국의 경험청취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인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이 발표되기 전날,지면이 있는 공산당 국제담당관계자로부터 외무성 산하 외교아카데미에서 있는 작은 한국문제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외교아카데미의 분위기를 보는 기회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참석한 토론회는 수업형식으로 질문,답변위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기자에게 어떻게 민주화과정의 혼란을 극복했는가.그런 혼란은 필연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거듭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으려 애쓰고 있었다.

한국이 6·29를 거쳐 권위주의 체계에서 민주화사회로 급속한 이행을 하면서도 동반하는 혼란을 어렵지 않게 극복한 것에 이들은 찬사를 감추지 않았다. 개혁파와 보수파의 대결,가중되는 경제 혼란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는 소련의 인텔리겐차들에게 한국의 경험은 매우 유익하고 훌륭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참석자는 직접화법으로 『소련의 현재 혼란상황과 관련해 가장 주요하게 추진되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아카데미 토론회에서의 경험은 소련인들이 한국의 정치·사회를 보는 시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 다음날 소련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서울발로 한국경제에 대한 찬사와 부러움으로 가득찬 장문의 르포기사를 게재했다.

프라우다지의 워싱턴·런던특파원을 지낸 필자 토마스 콜레스니첸코씨는 이 기사의 제목을 「한강변의 기적」이라고 붙였다. 『바다와 산 사이에 끼어있는 좁은 땅 안에서 이 기적을 창조한 나라로 오기 위해 넓고 넓은 소련땅을 10시간 이상 날아온 소련인에게 이 나라에서 목격한 현실은 우리에게 끝없는 질문만 던지게 한다』 『한국인의 근면성을 배우자,기자가이곳에서 본 것을 모스크바에서 한 가지라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젠 소련인이 우리에게 보내는 찬사가 현재의 우리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 알아봐야 할 때다. 기자는 토론회에서 『한국인은 위기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쉽게 단결하고 민주화과정의 혼란수습은 이런 전통이 바탕이 됐다. 한국의 경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 전통의 힘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 말이 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모스크바에서 한다.
1991-04-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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