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일 땅값… 세계가 주시(경제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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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3-23 00:00
입력 1991-03-23 00:00
◎교통나쁜 지역 하락… 중심지도 상승세 둔화/폭락땐 담보잡은 은행 파산/대출 3천5백억불… 국제금융 혼란/일 정부,부동산회사 69곳 도산하자 안정책 부심

일본 도쿄의 번화가 한구역 땅값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 땅값과 같을 정도로 땅값이 폭등했던 일본이 최근 세계금융시장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부동산경기를 안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은행들이 대부분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을 담보로 안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폭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일부 교통난을 겪는 지역 등에서 떨어지기 시작,이것이 땅값 폭락의 조짐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자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최근 일본 자민당이 전후 처음으로 땅값 안정을 겨냥한 토지계획을 추진하면서 변두리지역의 땅값이 떨어지고 있고 중심지역에서도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보이자 많은 부동산회사들이 은행 등에서 빌린 엄청난 빚을 갚기 위해 힘을 쏟고 있고 일부 회사는 도산하기까지 하고 있다.

몇년전만해도 미국 중심가의땅까지 사들였던 일부 부동산회사들은 대출금의 이자를 갚기 위해 이들 부동산을 팔려고 시장에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만 부동산회사 69개가 도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 수준이다.

이같은 부동산 경기침체의 조짐에는 자민당의 토지개혁정책 뿐 아니라 일본은행들의 금융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2년간 금리를 3배 이상 올린데 이어 각 은행에 부동산회사들에 대한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요청했었다.

이같은 정책은 효력을 나타내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 올해 지난해보다 5%정도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이러한 정책들이 너무 현실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데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거품처럼 부풀었던 부동산경기가 거품이 터지는 것처럼 급격한 침체를 가져오면 부동산을 주로 담보로 잡고 있는 금융시장에 담보가치의 하락에 따른 공황이 초래돼 급기야 세계금융시장까지 위기로 몰지않겠느냐는 우려가 그 근거이다.

일본 은행들이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준 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48조5천억엔(3천5백억달러)으로 전체 대출금의 25%에 이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일본의 땅값이 50% 하락하면 거의 10조엔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은 벌써부터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는 등 지가하락 영향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부동산값 폭락과 함께 경제위기가 정말 닥치는 것일까.

관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땅값이 폭등하면 반드시 폭락하는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한 비관론과 현재 일본 주요도시의 상가·사무실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2% 정도 넘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일본은 이같은 「토지론」에서 예외라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그렇지만 낙관론자들도 현재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율이 높고 부동산의 특성상 환금성이 낮아 이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이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라고 조심스런 단서를 붙이고 있다.<채수인기자>
1991-03-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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