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홍보상무 이미 두차례 조사/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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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2-21 00:00
입력 1991-02-21 00:00
◎비자금관리 여비서 집중추적/“12억 이상 로비자금은 없다”/정태수회장/“「서 의원의 수뢰」 말한적 없어”/김동주의원/어제 소환조사서 밝혀

수서지구 택지특별분양 사건의 보강수사에 나선 대검중앙수사부(부장 최명부검사장)는 20일 구속수감된 민자당의 김동주의원·한보그룹 정태수회장 등 4명과 강병수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내 3백억원설이 나돌고 있는 한보의 비자금 내역과 뇌물수수자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특히 김의원을 상대로 같은 당의 서청원의원이 정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폭로한 장기욱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조사했다.

김의원은 이날 조사에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 장변호사에게 전화로 변호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기는 했으나 장변호사를 만난적도 없고 더욱이 서의원이 뇌물을 받았다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장 또한 이날 조사에서 이미 밝혀진 12억5천만원 이외의 로비자금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따라 비자금의 관리에 관여한 정회장 주변인물에 대한 수사 등 방증을 더 수집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를 위해 정회장의 비자금을 직접 관리한 경리부소속 여비서 천은주양(24)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천양은 정회장과 함께 공사수주상담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가 지난 6일 귀국한 뒤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 직전인 7일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자취를 감췄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천양이 정회장의 개인비서로 일하면서 수백개의 가명예금계좌를 관리하는 등 비자금의 관리를 맡아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수배된 것으로 알려진 한보그룹 홍보담당상무 이정웅씨(49)는 이미 두차례에 걸쳐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돌아가 지금은 수배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홍보관계로비수사를 위해 이씨를 조사한적이 있으며 곧바로 돌려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평민당의 권노갑의원이 구속된 이원배의원으로부터 받아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2억원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 등 법률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증거확보와 보강수사를위해 구속된 9명을 기소할 때까지 수사에 필요할 때마다 차례로 불러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한보그룹의 로비자금 운용에 깊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홍보딤당상무는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보그룹에 따르면 이씨는 19일 하오에도 홍보부로 시내 전화를 걸어와 『잘 지내고 있다』면서 『곧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수배된 경리부 소속여비서 천은주양(24)의 행방은 이날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회장의 조카로 경남 진주에서 모여상을 졸업한 천양은 한보그룹 경리부에 소속돼 있기는 했으나 늘 정회장을 따라다녀 동료직원들조차 천양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천양은 실제로 정회장의 비밀통장이나 도장 및 지출명세서 등을 관리하면서 정회장의 거액현금가방을 로비대상자에게 건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양은 잠적한 뒤 회사는 물론 동료여직원과 함께 살아오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집과 약혼자에게까지 연락을 끊고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천양은 잠적하기전 자신이 관리해온 지출명세서 등 서류를 불태워버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1-0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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