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죄… 이상과 현실사이/이목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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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1-29 00:00
입력 1991-01-29 00:00
어느 사회,어떤 분야에서 벌어진 갈등이라도 그 갈등의 근저에는 이상론과 현실론,보수와 개혁의 입장차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의원들의 뇌물외유 파문도 그러한 관점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관련 협회로부터 수만달러의 비정상적 외유경비를 제공받은 인사들을 단호히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일반여론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지만 다분히 이상적인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이같은 잘못을 「관행」이라면서 『이들 세 의원을 심하게 단죄한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일부 의원들의 생각은 현실론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측의 입장은 나름대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부패를 과감히 척결하지 않고서는 나라발전은 물론,이 사회가 온전히 유지되기조차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다수 국민이 뇌물외유 파문에 대한 수사확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박준규 국회의장이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권 정화의지를 천명하면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처럼 어떤 일이든 「과격」과 「성급」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경청할만 하다.

환자의 상처부위가 썩었다고 그것을 몽땅 도려내는 바람에 환자가 생명을 잃는다면 치료 않느니만 못하게 된다.

상처부위를 모두 제거하는 외과적인 방법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썩은 부위를 소생시키는 내과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검진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서둘러 의원윤리헌장이나 제정하는 식의 졸속 대응보다는 제도를 넘어서서 정치인들의 뼈를 깎는 자성에 바탕을 둔 근본적 치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국민들도 참을성 있게 의원들의 자정노력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모두 감정을 자제하고 문제를 차분하게,그러나 철저하게 풀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평민당측이 28일 무역특계자금 사용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공생 아니면 공멸」이라는 극단적인 태도라고 여겨지며 별일 아닌 사소한 문제로 본회의를 자주 정회시키는 것도 감정이 격해진 탓이라 생각된다.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 모두는 이상론이나 현실론이 나쁜 것이 아니고 감정에 치우친 극단주의가 항상 일을 그르쳤다는 점을 명심해야 될 시점이다.
1991-01-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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