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두아들 위한 기도/오승호 사회부기자(현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1-01-20 00:00
입력 1991-01-20 00:00
◎60대 홀어머니 “잘있다”는 목소리만이라도…

『두 아들이 하루빨리 무사히 귀국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라크에 있다가 페르시아만 전쟁으로 소식이 끊겨버린 현대건설 잔류근로자 22명 가운데 한사람인 양동수씨(38)의 홀어머니 배호순씨(62·서울 종로구 돈의동 5)는 요즘 하루하루가 참으로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어디에 피신해 있다가 전화연락만이라도 있기를 학수고대하는 근로자들의 가족 모두가 같은 소망을 갖고 있을 것이지만 배씨의 사정은 사뭇 남다른 것같다.

공군 중사로 제대한뒤 해외건설업체에 취직해 10여년 동안을 중동지방에서 일하다 회사를 현대건설로 옮겨 지난해 6월6일 이라크로 출국했던 배씨의 큰아들 동수씨가 어머니와 소식이 끊긴 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4일전인 지난 13일.

바그다드 북쪽에 있는 키루쿡 상수도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배씨는 귀국하는 현장소장을 배웅하기 위해 바그다드공항에 나왔다가 『전운이 감돌아 불안하기는 하나 현재까지는 안전하다』고 어머니에게 마지막 안부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길이 없다.

배씨는 『전쟁이 아니었으면 이번달에 휴가나오기로 돼 있었다』면서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아들이 바그다드에 있는 사업본부 인원과 합류하지 못하고 혼자 헤매고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환은 겹친다고 했던가. 배씨는 둘째아들마저 이라크 보다는 안전하다고 하나 역시 전쟁중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취업중이어서 남보다 갑절은 애를 태워야 한다.

과천경마장에 근무하다 외국인업체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지난 8일 출국한 둘째아들 동철씨(36)는 미처 거처를 정하기도 전에 전쟁의 회오리에 휩싸였고 그나마 개전날인 17일 저녁 『안전하다』는 한마디의 전화가 걸려온 뒤 역시 깜깜 무소식이다.



22년전 남편과 사별한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5남매를 키워온 배씨는 10년전부터 큰아들이 아내와 헤어지게 되면서 10살과 13살된 손자를 사글세방에서 혼자 키워오고 있기도 하다.

『몸져 누워있다가 아침에 텔레비전 뉴스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넋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는 배씨는 이같은 딱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근로자 모두가 아무 탈없이 가족들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1-01-20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