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정류장마다 휴지·담배꽁초…/시민 질서의식 다시 “실종”
기자
수정 1991-01-11 00:00
입력 1991-01-11 00:00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한때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던 공중질서가 해가 바뀌면서 슬그머니 실종되고 있다.
거리마다 담배꽁초와 껌,휴지조각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고 버스나 지하철,택시를 타는 질서도 엉망이다.
요란하던 경찰의 단속이 다소 뜸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그렇게 훌륭한 올림픽을 치렀다는 나라가 겨우 이 수준이냐』고 혀를 차기 일쑤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공중질서 위반 및 환경오염 행위에 대해 범칙금을 대폭 올리고 단속을 강화해 공중질서를 상당수준 향상시켰다.
지난해 8월 담배꽁초·휴지 등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던 전국에서는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으로 경범죄처벌법을 위반한 5천2백63명이 적발돼 5천원씩의 범칙금을 물렸으나 6개월째 접어든 요즘에는 어느틈에 단속이 흐지부지되고 질서도 다시 흐트러지고 말았다.
서울 중부경찰서 명동파출소 김영수경장(55)은 『단속이 시작된 작년 8월에는 하루평균 10여명씩 질서위반자를 적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2∼3건씩으로 줄었다가 최근에는 한사람도 적발하는 날이 없다』고 밝히고 『담배꽁초 등을 아무데나 마구 버리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형편이 여의치 않고 단속만 없으면 다시 문란해지는 시민의 질서의식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김영우씨(49)는 『단속이 강화될 때는 좀 나았으나 요즘은 또 종전과 다름없다』면서 『특히 버스정류장 근처나 시장같은데는 청소를 하고 난 뒤 5분만 지나도 담배꽁초와 휴지 등이 수북이 쌓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이처럼 질서의식이 해이해진 것 같다』면서 『그러나 단속이 느슨해지면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심지어 방뇨까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87년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에서 담배꽁초로 불이 나 30여명이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일본·미국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88년 9월부터 지하철역 구내에서의 흡연을 경범죄처벌법으로 금지시키고 있으나 지도단속과 계몽활동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시청역 역무주임 이병룡씨(37)는 『하루 30차례씩 구내에서 금연방송을 하고 현수막을 거는 등 홍보활동을 하고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면서 『당국의 제재조치가 너무 이완됐고 직원들이 적발을 하려해도 경범죄에 따른 고발절차가 복잡해 모른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공사에서는 오는 5월 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소비자연맹 공동주최로 지하철역에서의 금연캠페인을 벌일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오승호기자>
1991-01-11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