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현실과 큰 괴리
수정 1990-12-30 00:00
입력 1990-12-30 00:00
경기지표가 현실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상태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 관리하기 위한 각종 경기대책의 수립에 차질을 초래,정책혼선만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11월중 국내의 실물경기는 산업생산과 출하,제조업의 평균가동률 및 투자 등 산업활동의 전분야에서 10월에 비해 큰 폭으로 호전돼 일단 불황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표상으로는 경기상태의 판정기준이 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국내 경기의 불황국면이 시작된 지난 88년이래 11월 현재까지 하강추세를 계속해 최악의 경기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29일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발표한 「11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출하가 각각 1년전보다 9.3%와 11.4%,1개월전보다는 4%와 1.4%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평균가동률도 80.7%를 기록,10월(77.2%)보다 3.5%포인트 높아지는 등 전반적인 실물경기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실물경기의 상승추세는 추석연휴가 낀 10월을 제외하면 지난 7월부터 생산·출하·제조업 가동률 부문에서 계속 이어져온 것이다.
투자동향을 보면 국내 기계수주(27.2%)와 기계류 수입허가(1백58.4%)·국내 건설수주(68.8%) 등 설비 및 건설투자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큰 폭으로 신장세를 지속했다.
실물부문의 이같은 상승추세와는 달리 각종 경기지수들은 감소되거나 신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어 지수상으로는 경기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사시점(11월)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는 1개월전보다 0.2% 증가하는데 그쳐 우리경제의 장기적 평균성장률(추세선)을 훨씬 밑돌았다. 이에따라 동행지수에서 추세치를 제외하고 순수 경기변동만을 알아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개월전보다 0.4% 감소,10월(△0.6%)에 이어 2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11월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93.8은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조사시점에서 2∼3개월 뒤의 경기를 전망해보는 선행지수는 1개월전보다 0.6% 증가했으나 증가폭은 9월(1.6%)과 10월(0.9%)에 비해 줄어 들었다.
이처럼 지수경기와 실물경기가 큰 괴리를 보임에 따라 정책당국의 경기예측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경기대책의 효율성 저하 등 정책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기획원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 경제는 지난 2∼3년간 급격한 대내외여건의 변화로 장기적인 평균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경기지표의 예측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장기적인 평균성장률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추세선의 하향조정을 포함,전반적인 경기지표 체계가 재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0-12-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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