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의 규제완화(사설)
수정 1990-12-21 00:00
입력 1990-12-21 00:00
정부규제는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성장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았으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를 억제하고 그로 인해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정부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규제의 완화를 정부 각 부처의 측면에서 보면 권한의 축소 내지는 부처 입지의 약화에 속한다. 그래서 해당부처는 자기 부서에 속해 있는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데 미온적인 성향을 보여왔다고 하겠다. 한편으로 규제로 인해 보호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산업이나 기업도 규제가 완화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겹겹이 쌓아왔고 그 중 대표적인사례의 하나가 정경유착이다.
이에 반해 규제완화에 따라 수혜를 받게 되는 계층은 분산되어 있어 이를 조직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압력은 미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정치의 민주화와 함께 경제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왔고 정부 또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 행정규제완화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이 위원회는 주류·정유·연탄·콩 관련식품·제분·의약품·화물자동차운송·정보통신분야·농약·배합사료 등 10개 산업에 대하여 신규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판매지역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하는 작업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각 산업이나 기업의 자율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 필요할 뿐 아니라 우리 산업의 대외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한 과제이다. 정부의 이번 주류산업 규제완화조치는 기득계층의 완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번 조치로 지방에 있는 주류업체가 경영위기에 직면하는 한편 대도시의 유명 주류메이커는 비대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유통상의 혼란 등 부작용도 예상되기는 한다. 그러므로 이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일시적인 충격과 부작용을 이유로 완화조치를 후퇴시켜서는 안 되고 정치권이나 업계의 압력 내지는 로비활동 또한 철저히 차단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주류산업 규제완화조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조치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려면 이 산업 자체의 체질 개선과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군소업계는 통·폐합을 통하여 대형화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품질 개선과 유통조직의 강화,그리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비상경영체제로 조직을 개편,외국 주류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1990-12-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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