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사태,전기를 맞는가(사설)
수정 1990-12-08 00:00
입력 1990-12-08 00:00
지난달 29일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 결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페르시아만사태는 확실히 뭔가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6일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억류된 모든 외국 인질들을 석방하겠다고 했다. 물론 전쟁을 일으켜서 한 나라를 병탄했고 수많은 외국 인질들을 가두면서 전세계의 평화적 해결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장본인의 발표이니 그 신빙성 여부에 앞서 귀추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후세인이 의도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로서는 그 동안 비축해온 카드로서 미국과 유엔이 주장해온 페르시아만사태 선결요건의 하나를 제거하는 효과를 거두는 외에 미국과 대좌를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평화제스처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인가를 살피겠다는 뜻이다. 그 후에 다음 행동을 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라크측은 유엔 안보리의 무력사용 결의안을 포함해서 모두 11차례의 결의를 거부하면서도 협상을 통해 전쟁위기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라크가 제안한 협상안은 쿠웨이트 무력합병의 발단으로 삼은 국경문제에서 서방측이 양보하면 쿠웨이트로부터의 전면철군은 물론 전복·축출된 왕가의 복귀도 허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 초기에 보였던 배짱과 주장에 비추어보면 어느 정도 「협상의지」가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로 무력대응에 관한 공인을 얻은 직후 이라크에 평화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무조건 철군이라는 요구조건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후세인이 협상의지를 보이며 인질석방을 단행하겠다는 시점에서 미국이 계속 이라크의 무조건 철군을 밀고 나갈지 또는 그의 협상조건을 수락할지는 의문이다. 한편 서방관련국들은 이라크에 약간의 양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협상에 의한 평화회복을 원하는 것 같다. 인류역사의 주류를 이룬 전쟁에 대한 혐오와 평화공존의 의지라 할 것이다.
페르시아만사태에 관한 한 아직도 전쟁불가피론자들은 있다. 국가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월등한 무력으로 상대를 합병했고 유엔의 결의까지 무시하는 후세인을 상대로 협상할 때는 지났다는 주장이다. 미국내에서도 친이스라엘계의 「강경응징」 압력과 평화적 해결 요구가 교차하고 있다. 일부 여론은 조건부 협상을 수락할 바에는 왜 그 많은 군대를 보냈느냐는 반문도 제기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긴장완화와 평화공존의 새 군축질서를 맞고 있다. 그같은 시대적 추세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인류보편의 평화의지에 입각한다면 페르시아만사태는 역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세계의 유전지대가 전쟁으로 황폐화되기보다는 안정과 번영을 찾아 인류와 세계경제에 기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세계는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 더 나아가 국제적 조화와 통합상태의 「적극적 평화」에로 나가야 할 것이다.
1990-12-08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