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의 첫 자유선거를 보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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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2-02 00:00
입력 1990-12-02 00:00
통일된 독일은 2일 전독의회의원을 선출함으로써 통일을 정치적으로 마무리하는 작업을 끝낸다. 5천9백90만명의 독일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총리를 비롯 6백56명의 연방하원(분데스타크)의원을 뽑는다.

이번 선거는 지난 32년의 라이히스타크(구 제국의회) 이후 58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독자유선거인 동시에 새로 태어나는 의회와 정부에 과거 동독지역의 경제재건과 내부화합을 통해 진정한 민족통합을 완수할 막중한 과업이 맡겨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독일의 통일을 평가하고 앞으로 독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한다는 뜻도 겸한다.

첫 재상에게는 통일작업을 마무리짓는 방향타가 주어진다. 통독의 사실상 첫 총리에는 헬무트 콜 현 총리가 재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통일을 실현시킨 견인차라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에게 다시 대임을 주어 동독실업·인플레 등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토록해 통일후유증을 씻어내자는 안정추구 의식이 국민들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큰 이유의 하나라고 한다.「고통도 전쟁도 없는 통일」을 이룩한 콜 정부에 역사 재창조의 기회를 주려한다는 것이다. 라퐁텐 후보가 이끄는 사민당은 통독에 소극적인 발언으로 국민의 지지도가 떨어졌으며 옛 동독공산당인 민사당은 동유럽개혁여파로 곤경에 빠져 있다. 독일 유권자들은 분단의 어두웠던 시절을 잊고 싶어한다.

베를린장벽이 허물어진 이후 여러 차례의 환희와 감격을 맛본 독일인들은 이번 총선을 단순한 「통과의례」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독일 역사의 새 장을 장식할 것이다. 새로 탄생하는 새 정부는 동독에서 지난 40년간 발생한 체제의 갖가지 병증을 재빨리 치유해야 할 것이며 대외적으로 유럽 및 세계의 새로운 질서개편에 적극 대응하는 책무를 떠안게 될 것이다.

독일 총선을 보면서,같은 분단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는 동서독이 통합했던 지난 10월3일의 「통독의 날」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통독 스케줄을 컴퓨터처럼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 그들의 지혜가 부럽기까지 한 것이다. 「어떤 나라든지 그 나라 문제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민족 뿐」이라는 말은 아마 독일사람을 두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말을 떠올리면서 과연 우리는 우리 문제인 통일에 관해 무슨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남북한과 독일의 분단상황이 극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치 않는 바는 아니다. 분단상황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정치 경제 문화 및 인적교류가 전면 중단됐었다. 그러나 우리도 뒤늦게나마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주변정세도 남북한 관계발전에 긍정적으로 흐르고 있고 국제관계도 더 이상의 대결이 아닌 평화해결방식을 택하고 있다.

남북한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상호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이다. 거기에는 호양의 미덕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양측의 대화와 만남은 계속되고 그렇게 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독일의 통일이 그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 믿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됐을까.
1990-12-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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