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판 「보트피플」 사회문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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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1-30 00:00
입력 1990-11-30 00:00
◎개혁바람 이후 새 일자리 찾아 조국 등져/소 난민이 주류… 유럽국,대책마련 부심

동구 변혁과 함께 새로운 부를 찾아 조국을 떠나는 난민이 급증,유럽의 새로운 근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기아와 결핍으로부터의 탈출」로 불리는 이들 난민의 대이동은 인종분규,소수민족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유럽국들의 걱정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특히 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 등 중구의 난민수용국들은 국제사회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파리의 CSCE(유럽안보협력회의) 정상회담에서 이들 「난민」당사국 정상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별도 회담을 가질 만큼 난민문제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 중구국들의 경우 국내 민주화로 해외의 자국민들이 속속 귀향하는 등 자국민들의 대외이민은 줄어든 상태이나 인근 소련과 루마니아 등지로부터의 난민이 폭발적으로 증가,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페레스트로이카와 루블화 태환결정 이후 소련으로부터 난민유입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며 과거 동·서 냉전체제하에서 동구 난민의 「휴식처」였던 오스트리아는 난민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순찰을 강화하는 등 중구에 때아닌 이민장벽이 들어서고 있다.

불법입국한 루마니아인들을 강제추방할 방침을 세운 오스트리아 당국은 2천명의 국경순찰대를 6천명으로 증원,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입국비자를 얻어 들어온 1만1천5백명의 루마니아인들에 대해서 재심사를 진행중에 있다.

중동구국들을 「불안」속에 몰아 넣고 있는 소련인들의 대거 이동은 지난 2년간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88∼89년 2년간 기아를 면하기 위해 조국을 등진 소련인은 34만4천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45∼89년간 전 해외이주 인구인 81만6천명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이다.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 추진이후 해외이주자에 대한 제한이 대폭 완화됨으로써 이같은 합법적 이민이 격증하고 있는데 체코,폴란드,헝가리,오스트리아 등은 기아를 면해 찾아온 소련인들을 「축출」할 수도 없어 딜레마에 싸여 있다.

국제적 인도주의자로 알려진 하벨 체코 대통령도 최근 사태가 심각해지자 제네바의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에 「해결책」을요청했으며 인접 폴란드의 마조비에츠키 총리 등과 공동대책을 협의하기도 했다.

독일도 소련난민의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콜 총리는 CSCE 정상회담에서 유럽에 새로운 「빈부의 장벽」이 등장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는데 회담도중 대소 긴급 식량원조를 발표한 것도 간접적으로 소련인들의 독일 「쇄도」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콜 총리는 결국 서방이 소련을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소련인들의 서방이동을 방지하는 것임을 역설했는데 독일정부 관계자들은 『배가 부르면 뭣때문에 미지의 장소로 모험을 떠나겠느냐』고 소련지원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EC 각료회의에서 이탈리아의 카를로 카틴 사회장관은 가까운 장래에 약 3백만명의 소련인들이 EC역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들 난민에 대한 긴급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거 베트남의 「보트피플」을 방불케 하는 소련인들의 서방이동으로 유럽은 자유·개방화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파리 연합>
1990-11-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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