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부터 89년에 걸쳐 일본 정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 이른바 리크루트 스캔들. 한다한 거물들이 이 비리사건에 휘말려들었고 마침내 다케시타(죽하등) 총리가 사임하기에 이른다. ◆미공개 주식을 양도받아 공개 후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이 이 리크루트사건. 그런데 사건이 터지자 이에 연루된 정계의 거물들은 한결같이 발뺌을 했다. 『비서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니 나와 관계가 없다』가 대체적인 발뺌론. 「오야붕고붕」(윗사람ㆍ아랫사람)의 의리가 철저한 일본사회인만큼 비서들은 비서들대로 발뺌론을 합리화시킨다. 『보스는 전혀 모르는 일로 내가 경솔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발뺌론발뺌론 합리화 발언은 더욱더 여론을 악화시킨다. 최고재판소에서 『값이 오를 것이 뻔한 상장 전 주식도 뇌물』이라는 판결이 내려지고 다케시타 총리의 비서 아오키(청목이평)는 자살을 하고. 일본에서의 이런 종류 스캔들에는 으레 비서가 총알받이로 된다. 「제2의 록히드사건」이라 불린 79년의 그러먼 신예기 의혹사건 때도 「고붕」들의 자살사건은 잇따랐다. 그렇다고 「오야붕」들에게서 「도의적 책임」까지 떨어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현직 국회의원들도 끼인 저명인사들의 폭력조직 두목 석방 탄원서 제출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름이 오른 두 의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그중 한 의원은 「실무자」가 도장을 찍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정말로 모르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이 모면되는 것은 아니다. 요 임금은 『백성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 책임은 내게 있다』(백성유과 재여일인)고 했지만 국회의원의 「아랫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 뽑아쓴 「손발」이 아닌가. 그래서 「백성의 잘못」과도 달라진다. ◆주목되는 점은 「전과12범」이 「초범」으로 조회되었다는 사실. 「큰 힘」이 작용한 것일까,아니면 사무상의 실수 때문일까. 아무튼 「범죄와의 전쟁」 속의 불쾌한 뉴스다.
1990-11-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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