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격추는 소의 오인 사고/전 CIA 국장 전기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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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1-03 00:00
입력 1990-11-03 00:00
미 CIA(중앙정보국)는 7년전 소련의 KAL 007기 격추사건을 처음부터 고의에 의한 공격이 아니라 오인에 의한 사고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최근 발간된 윌리엄 케이시 전 CIA 국장의 전기가 주장했다.
전기작가 조셉 페르시코가 쓴 「윌리엄 케이시의 생애와 비밀」이라는 제목의 이 전기는 케이시가 이 사건과 관련,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격추사건는 오인에 의한 사고였다』고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전기는 또 CIA의 이같은 정보분석은 백악관에도 보고 됐었으나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이 사건을 이용,소련을 매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전기중 KAL기 격추사건 관련부문을 옮긴 것이다.
그날(83년 9월28일)밤 레이건 대통령은 TV를 통해 전국에 그레나다 침공과 베이루트 폭발사건에 관한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다. 케이시는 함께 연설을 시청하자고(워싱턴 포스트지의) 봅 우드워드기자를 초청했다. 두사람은(전처럼) 다시 서재로 들어갔다.
소련의 국제적 음모를 열거하면서 레이건 대통령은 9월1일 소련영공에서 격추돼 2백69명의 민간인 생명을 앗아간 KAL 007기 얘기로 들어갔다. 『이것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와 인간생명의 가치를 무자비하게 경시하는 사회에서 태어난 야만행위였다』고 레이건은 비난했다.
케이시는 레이건이 왜 그렇게 비난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바로 전에 이 문제에 관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의 정보분석으로는 KAL기 격추는 오인에 의한 사고였다. 그들(소련인들)은 어떤 비행기든 소련영공을 깊이 침범했다가 달아나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고 썼다. 이 정보분석은 백악관에도 보고됐지만 지금까지 비밀로 유지돼 왔다.
한편 레이건은 계속 소련인들을 매도했다. 그때 케이시는 사실 웃고 있었다.<워싱턴=김호준특파원>
1990-11-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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