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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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0-19 00:00
입력 1990-10-19 00:00
중국산 한약 중금속 투성이. 우황청심환에 우황은 없고 납과 수은만. 충격에 앞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미 북경에서 한국인들이 이 약을 사드는 싹쓸이식 행태가 보도된 터이고 생산국 자신도 그 안에 불량품이 있음을 말해 왔기 때문이다. 여하간 보사부는 오랜만에 일 한번 잘했다는 칭찬을 받을 만하다. 약리적으로 검출을 해 놓았으니 그동안 이 약을 먹었던 사람들의 허무함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보다 불쾌한 것은 약 먹기에 있어서도 우리에겐 사대주의가 있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우황청심환은 우리도 실은 만들고 있다. 지난해 자료를 보면 국내 50여개 제약회사가 1천1백93만 알(환)을 만들어 냈다. 시장규모로 5백억원을 넘는 양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다. 일본시장만 봐도 대만과 북한산까지 있지만 한국산의 시장점유율이 80%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우황청심환류의 처방역사에 한국인 것도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1613년 허준의 「동의보감」부터 기록이 나타난다. 근자에 우리에게서도 주사ㆍ석웅황ㆍ서각 등이 빠진 우황청심환의 약효는 의문이라는 논쟁까지 있어 왔다. 그러니 북경서 사기만 하면 좋은 약일 수 있다는 고정관념보다 더 철없는 감각은 없는 것이다. ◆이런 무리는 상표가 붙은 제품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근래의 수입한약재 전반에 같은 문제가 놓여 있다. 지난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제국에서 1만4천t의 한약재가 수입됐다. 이중 상당량이 가짜 웅담ㆍ저질편자환같은 불량약제들임이 밝혀져 있다. 몸에 좋다면 걸신이 들리는 보약취향과 외국산이면 무엇이나 우리 것보다 좋다는 쑥같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로 이번 중금속 중국한약이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먹어버린 사람들의 씁쓸함 만큼 먹어보지 않은 사람도 같이 씁쓸하다.
1990-10-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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