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외교의 최대 결실/한·소 수교 공동성명 발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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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0-01 00:00
입력 1990-10-01 00:00
한소 외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첫 공식회담에서 양국간 국교수립에 관한 공동코뮈니케 서명·발표 사실은 우리 외교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북방외교의 종착역이 대소 수교인 데다 양국간의 관계정상화는 앞으로 국제정세,특히 동북아 질서재편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소 수교는 우리 북방외교가 큼직한 결실을 거뒀음을 뜻한다.
또한 양국 수교는 화해와 협력이라는 탈냉전·신데탕트 사고를 동북아에서 다시한번 입증,실천하는 외교적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수교는 특히 지난 6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간에 한소 수교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지 4개월여 만에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한소 수교는 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한중간의 관계개선에도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관계개선 문제에 있어 소련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왔던 중국으로서도 한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자체 내부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형상 「하나의 조선」 논리를 포기한 북한의 대일 수교협상 제의는 한중 관계개선과 맞물려 돌아간다는 측면에서 한중 관계가 지금보다는 빠른 행보로 급진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중 양국이 오는 16일부터 영사기능을 부여하는 무역사무소를 교환설치키로 한 것도 양국 관계의 급진전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한소 수교는 또한 김영남 북한 외교부장의 비망록 공개에서도 드러났듯이 단기적으로는 소·북한 관계의 급속냉각으로 남북 관계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북 관계개선과 이에 따른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에 상당부분 기여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도 주변상황이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냉엄한 국제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으로 보이며 단적인 증거가 바로 일·북한 관계개선 움직임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따라서 한소 수교는 이같이 남북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정치적 측면에서도 소련이 더이상 북한 편향적인 사고방식을 취하지 않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남북한을 공평하게 바라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소 수교로 양국은 이제 『상주대사관을 언제 설치하고 대사를 누구를 임명하는지』 등에 관한 실무문제만 남은 셈이며 양국 정상간의 교환방문 문제에도 아무런 걸림돌이 없게 되었다.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양국 정상 교환방문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으나 빠른 시일내 추진하는 데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아 노 대통령의 연내 소련 방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의 방한도 내년 봄으로 예정된 일본 방문을 전후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소 관계는 수교를 분기점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협력분야는 소측에서 강력히 원하고 있는 만큼 수교에 곧이어 체결되는 투자보장협정·2중과세방지협정등 대소 투자에 따른 안전보장책이 마련되는 즉시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 같다.
때문에 오는 10월26일쯤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2차 한소정부대표단회담에서는 이들 협정에 대한 마무리와 함께 우리측이 제공할 대소 차관규모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이 최근 들어 이처럼 대한 수교를 서두르고 있는 데는 소련 경제의 심각성,북한과의 일정한 거리유지,아·태지역 특히 동북아지역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이 주요 동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련입장에서 이번 수교를 보면 꾸준하게 경협파트너로 의사를 타진해봤던 일본이 지나칠 정도의 이해타산만을 추구하자 이같은 일본의 태도에 실망감을 느낀 나머지 한국과 꾸준한 접촉을 한 결과 『그래도 한국은 경협파트너로서 믿을 만하다』는 최종 판단을 내리고 한국측의 「선수교 후경협」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소련은 외교적 무례를 일삼는 북한에 대해 식상한 데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그동안의 자세를 포기하고 대한 수교를 강행한 것으로도 생각된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대한 수교를 통보하기 위해 지난 2,3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밝힌 북방 4개 도서에 대한 일본측 입장지지 및 소련내 15개 공화국의 분리자치독립과 이들 공화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의사 천명 등은 소측에서 볼 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소련이 최근 셰바르드나제 장관을 통해 오는 93년 아·태외상회담을 제의한 것이나 아·태지역의 경제협력체인 APEC(아·태각료회의)에의 가입의사를 계속 피력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아·태지역에서의 확실한 위상확보전략에서 연유한다.
결국 이번 한소 외무장관간의 뉴욕회담은 양국간 실질협력을 위한 「기반 다지기」를 충분히 달성했으며 북방외교의 또다른 목표인 중국과의 관계정상화 및 남북 관계개선,나아가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세계 거의 모든 외상들이 모여 있는 유엔본부에서 한소 수교를 공식 발표했다는 사실은 다른 유엔회원국들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음은 물론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한껏 과시한 것으로도 평가된다.〈유엔본부=한종태 특파원〉
1990-10-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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