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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0-01 00:00
입력 1990-10-01 00:00
페이디피데스. 기원전 4백90년께의 페르시아전쟁에서 아테네군대가 다리우스왕의 페르시아군대를 대파하고 승리를 거두자 아테네군의 한 병사인 페이디피데스는 전장인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달려가 전승보를 전하고 쓰러져 죽었다. 마라톤은 아테네에서 동북쪽으로 32㎞ 가량 떨어진 지방의 이름. 이 병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 올림픽이자 마라톤이기도 하다. ◆그리스의 관문인 아테네공항에 내려서면서 사람들은 먼저 올림픽발상지의 인상을 강렬하게 받는다. 올림픽이란 글자와 오륜마크를 새긴 그리스의 여객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림픽 성화의 채화지인 올림피아드는 세계 올림피안들의 마음의 고향. 1996년은 근대올림픽 1백주년이 되는 해. 올림픽 첫 대회를 치른 그리스는 1백주년 기념대회를 반드시 발상지인 아테네로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열심히 뛰었고 많은 올림픽 관계자들도 그러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도쿄총회는 최근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미국의 아틀랜타시에 표를 던졌다. 아틀랜타의 로비에떨어졌다 해서 「돈에 굴복한 올림픽정신」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북경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날아온 보도는 96년 올림픽 육상종목 가운데 마라톤을 아테네에서 분리개최하려는 움직임이 국제스포츠계에서 일고 있다고 전한다. 올림픽 1백주년도 기념하고 그리스국민의 실망도 덜어주려는 배려에서라고. ◆그러한 발상에 대해 적지 않은 스포츠인들은 있을 법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분리개최의 예가 있기 때문. 1956년 멜버른올림픽 때의 일. 대회의 모든 경기는 같은 도시에서 열려야 한다는 IOC헌장에도 불구하고 그 대회의 승마경기는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승마경기에 출전하는 각국의 말들은 6개월간 격리시켜야 한다」는 호주의 까다로운 검역규정 때문. IOC는 백방으로 애썼으나 손을 들었다.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닌만큼 올림픽 1백주년의 의의를 십분 살리기 위해 마라톤 분리개최 구상을 국제스포츠 여론이 바람직한 쪽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1990-10-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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