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가을캠퍼스”세종대/육철수 사회부기자(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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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9-20 00:00
입력 1990-09-20 00:00
◎「휴업」은 면했지만 정상화 막막

『이러다가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올해 세종대 신입생으로 지난 한학기를 학내분규로 수업한번 제대로 못해 본채 보냈던 김모군(20)은 2학기개강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에 들렀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모임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란하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확성기 소리가 시끄럽기만 했다.

1학기를 유급하게 돼 심사가 편하지 않은 터에 이런 분위기로는 공부가 될리 없다. 할 수 없이 도서관 밖으로 도로 나온 김군은 같은 과 친구들과 어울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랬다.

『처음엔 수업거부에 적극 참여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남은게 하나도 없어. 수강신청을 하려니 다른 운동권 친구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고. 군입대를 핑계삼아 당분간 학교를 떠나야 겠어』

세차례 실패끝에 어렵사리 입학한 같은 과 친구 박모군(22)의 넋두리를 시작으로 『차라리 잘했어』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야』

모두들 그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최모양(21) 등 졸업반 학생들의 걱정은 좀더 심각했다.

『취직을 해야 할텐데 우리 학교를 보는 바깥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차가워 합격이나 시켜줄는지 모르겠어』

최양의 학과는 졸업반 27명 가운데 남학생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유급을 면한 처지여서 그래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과이다.

그러나 그동안 학내분규로 워낙 유명(?)해져 취직시험에는 아무래도 켕기는 모양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열렬한 운동권학생이었다는 또 다른 학과 3학년의 이모군(21)은 『이제는 공부좀 해야지요. 유급을 예상하기는 했으나 현실로 닥쳐오니 암담할 뿐입니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이 요란스럽게 벌이고 있는 집회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운동장 한쪽구석에는 아들이 4학년에 다닌다는 한 학부모의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놓고 아들을 학교에 보내겠는가』면서 『너무 마음이 불안해 직접 나와 봤다』고 했다.

교수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 한 교수실에는 3명의 교수가 모여 앉아 수심에 가득찬 표정으로 얘기를나누고 있었다.

『학교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우리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대학사상 유례없이 재학생의 63.6%인 2천9백65명이 무더기로 유급하게 된 세종대학교. 천만다행으로 추가등록 마감날인 19일까지 70%가까이 등록을 해 「휴업」은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앞으로도 정상화까지는 넘어야할 고개가 많은 것 같았다.
1990-09-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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