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에 빠진 「하나의 조선」/이기택 연세대 교수(서울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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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9-14 00:00
입력 1990-09-14 00:00
오늘날 북한의 최대 관심과 문제점은 「하나의 조선」정책을 수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서 보듯이 김일성이 심양을 비밀리에 방문했다면 북한이 무엇을 갖고 중국을 설득하려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북한이 「하나의 조선」정책으로부터 「두개의 조선」정책으로 이행할 수 있는 「수정」이 가해질 것인가 하는 문제다.
○김일성 권력기반과 직결
사실상 지금까지 북한에게는 「하나의 조선」정책이 거의 강력적인 원칙인 것이다. 북한의 모든 권력의 논리는 이 「하나의 조선」정책으로부터 기원하고 발원하기 때문이다. 「조선」이 「하나」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포기하려 할 때에는 김일성이 해방직후부터 견지하여 온 「하나의 조선」정책이라는 기치를 내려 놓는다는 것으로 곧 권력의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김일성은 권좌에서 물러나야할 정도의 근본적인 문제고 또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북한의 딜레마는 북한의 체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김일성의 권력의 논리인 「하나의 조선」정책의 논리가 수정될 것인가하는 문제가 우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남북한 총리회담에서도 북한의 최대의 관심사는 한국이 유엔에 가입할 외교적인 조건을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 밑바닥에 깔린 목적이었다. 그 이외의 것은 설혹 우리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얘기를 연형묵총리에게 했다 하여도 북한은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효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확고한 원칙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하나의 조선」정책에 가장 급박한 문제점은 우리 외무부가 꾸준히 추진하여 온 한국의 유엔가입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독가입」이나 「동시가입」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그냥 한국의 유엔가입인 것이다. 「단독가입」이라는 말은 잘못된 어구인 것이다. 한국은 해방이후 유엔에 의해서 독립되었으며 안전보장면에서 북한도 인정해온 휴전협정의 당사자의 하나인 유엔에 의해서 지금도 한반도의 안전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북한도 참가하는 유엔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엔가입은 국가체제를 수정하지 않는 이상 기본적인 문제로 내려온 것이다. 1949년에 북한이나 남한이나 모두가 각기 유엔가입을 신청하였었으나 거부권으로 가입이 중단되었었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환경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9월11일자 이즈베스티야논설에서 한소관계가 외교적으로 성립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보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엔가입을 1949년에 거부하였던 소련이 한국을 승인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북한은 지금까지 「공작외교」를 전개해 오던 대일정책에서 이번 방문할 가네마루사절단을 계기로 정책을 전환하여 일본의 돈과 기술을 도입하고 싶으나 북한이 대일정책을 「공작외교」에서 「공식외교」로 전환하는 순간 북한은 「두개의 조선」정책으로 나가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를 공식화하기 시작하는 순간 「하나의 조선」정책이라는 기치는 깊은 상처를 받게 되며 수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이 일본과의 국교를 남한이 1965년에 설정하였던 패턴을 따른다면 이는 곧 「하나의 조선」정책의 포기를 의미하며 「두개의 조선」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에게 있어서 유일한 「숨돌리기」는 천안문사건이래의 중국이었다. 사회주의 4원칙을 지키겠다는 정치적 입장과 함께 북한에게 동유럽의 개혁바람을 막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바람막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도 한반도정책을 수정해야 할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의 「하나의 조선」정책은 마지막 거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문제점과 자유의 바람은 정치적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남한으로부터가 아니라 동유럽과 특히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오고 있다는 점에 북한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꾸준히 수십년동안 전개해 온 대남정책을 총점검하였으리라 추측된다. 김일성이 심양에서 강택민과 회담을 했으리라 본다. 사실상 「하나의 조선」정책은 북한의 남한에 대한 「해방」정책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남한정치의 사분오열과 정치전통의 붕괴 등을 분석하면서중국을 설득하리라 예측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조선」정책은 북한을 통치해오고 또 해가고 있는 김일성의 북한의 대내통치의 권력적인 기반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것이다. 이제 소련과 중국이 「두개의 조선」으로 이행하면서 북한의 「남조선공산화」정책이 불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릴 때에는 김일성은 북한의 대내정치를 수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것이다. 1945년이래 김일성은 남조선을 「해방」해야 한다는 이론적인 기반을 갖고서 북한을 통치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김일성권력의 논리인 「하나의 조선」정책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게 될 조건이 성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일성의 통치이론에 대한 손상이 되는 것이다.
「하나의 조선」정책의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며 북한은 중국이라는 가느다란 선을 잡고 「숨돌리기」를 하고 있으며 그 근거가 남한이 지금도 대남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갖고 중국을 설득하리라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제정신을 찾기 바랄 뿐이다.대한민국을 다 만들어 놓고 우리 스스로가 흔들지는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의지,숨돌리기
앞으로 북한은 스스로의 모순을 스스로 해결할 길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확고하게 우리의 전통적인 입장에서 우리의 길을 가면 곧 북한에게도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적응한다고하여 북한이 대남정책을 수정하리라는 망상은 일찍 버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게 남한사회의 없는 허점까지 과장되게 보여주어서는 남북한 관계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오늘의 대내정치의 모순을 역으로 우리의 대내정치를 수정하면서까지 북한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1990-09-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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