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북한 관계개선에 암초 수두룩/가네마루 방북 계기로 짚어보면…
수정 1990-09-13 00:00
입력 1990-09-13 00:00
가네마루(금환신) 전 부총리의 북한방문을 앞두고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 가네마루의 이번 북한방문은 오랫동안 쌓여온 상호 불신과 인식차이로 실질적인 교섭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이중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대목이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죄 부분,북한은 관계개선에 앞서 우선 이 문제를 명확히 할 것을 누차 얘기해 왔으며 최근 선발대로 평양을 방문한 자민ㆍ사회 양당 실무 대표단에 일본 최고위 당국자의 직접적이고 명쾌한 사죄를 요구했다.
가네마루편에 총리 친서를 전달하리라는 일부 보도도 있으나 가이후 총리는 아직 순서가 아니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작년 3월 다케시타 당시 총리의 국회연설과 지난 5월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시 행한 사죄표명 발언이면 족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일본은 늘 그렇듯이 급하면 오만 소리를 다하다가도정작 일이 끝났다 싶으면 딴전을 피워왔다. 가네마루씨는 자신이 직접 북한측에 사죄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 총리 친서휴대가 예상되나 그 내용이 문제다.
사죄문제와 표리관계인 배상만 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 같다. 북한은 지난 7월 구보(구보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회당 대표단에 사죄와 함께 배상문제를 도외시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한일 국교정상화 때와 같은 형태를 띨 것이라고 말한다. 식민지 관계를 고려,배상보다는 청구권으로 해결하겠다는게 일본의 심산이다. 어쨋든 가네마루의 방문을 계기로 이 문제가 정식 거론된 후 정부간 협의개시에 물꼬를 터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직간접 경로를 통해 경제 및 인적교류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해 왔다. 경제지원을 내놓고 요청하지는 않았으나 일ㆍ북한간 현안인 미지불 채무문제와 맞물려 있어 우선 이것이 매듭된 후에야 북한측이 바라는 민간 레벨의 경제교류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채무 지불의 재연기 또는 부분적인 탕감에 대장성측은 소극적인데 이러한 실무적 장애를 넘어 가네마루씨가 어떤 정치적 결단을 보일지 주목된다.
통신위성 사용문제는 북한측이 빠른 해결을 원하는 대목이다. 현재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단파에 의한 전화회선이 3개밖에 없다. 지난 86년 위성수신용 지상국을 개설한 북한은 국제전기통신위성기구(인텔사트)의 통신위성 사용을 인정해 주도록 일본에 줄곧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일본측 사업자인 KDD(국제전신전화공사)의 사업계획서를 우정성이 인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북한의 지상국을 사용,위성통신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랑군 폭발사건ㆍ대한항공기 테러ㆍ후지산호 선원 억류사건 등을 배경으로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제재조치에 일본이 어떤 태도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여권문제도 북한측이 시정을 요구하는 부분중의 하나다. 일본은 정식 국교가 없는 나라인 만큼 지금까지 여권발급에 북한제외 조항을 넣고 있다. 따라서 북한을 여행하는 일본인은 그때마다 보통의 여권과는 달리 1회에 한정된 북한용여권을 휴대했다. 북한은 이것을 적대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시정을 요구해 왔으나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거론중인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사실상의 재외공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자연 해결될 것으로 일본측은 보고 있다.
한편 북한은 적대정책 시정의 상징으로 전세 항공기 운항허가를 일본측에 요구해 왔으나 일본은 한국을 의식,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85년 고베(신호)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 선수를 실어 나르기 위해 북한 민항기가 나리타(성전) 공항에 처음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한ㆍ소 수뇌회담등 한국측의 국제적 지위상승에 비추어 북한과의 전세항공기 상호 운항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자민ㆍ사회 양당은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이달 24일로 예정된 가네마루씨의 평양 방문시 직행전세기 운항여부가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일본은 생각하고 있다.<도쿄 연합>
1990-09-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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