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에 대한 신뢰회복을(사설)
수정 1990-09-11 00:00
입력 1990-09-11 00:00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소리가 최근에는 집단적인 시위로 옮겨지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불안이 농정의 불신과 맞물려 우리 농촌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하겠다. 믿음이 결여된 대농민 설득이나 홍보 보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와 정책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에 있는 것이다.
농림수산부가 어제 발표한 농정문제의 시각도 대체로 동일하다. 정책당국은 농어촌발전 종합대책을 지난해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나 대책의 가시화가 미흡한데서 농민들의 불만이 있고 특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으로 농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진단은 올바르게 접근하고 있으나 그 대책내용은 농민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농촌문제의 가장 핵심인 농업구조 개선 및 생산기반 정비와 주요 작목의 경쟁력 제고방안 등 과거 제시한 방안들을 다시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조달방안 또한 이제까지 거론된 것에 불과하다. 농어촌 투자확대를 위한 재원확보방안으로 농수산물 수입관세와 사료 및 축산기자재에 대한 부가세를 농어촌 지원기금에 전입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대책은 지난주 당정회의에서 농산물 수입개방 보완대책 10개년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키로 결정된 정도이다.
그 동안도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적지 않은 처방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오히려 가중되어 온 것은 그 대책들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데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번 대책에서도 농업구조 개선과 생산기반 정비,주요 작목에 대한 경쟁력 제고,농어민에 대한 교육,의료부담 경감확대등을 위하여 선결되어야 할 것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의 내용들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확보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농정에 대한 농민의 불신을 또 하나 추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 또한 농정당국은 대책수립에 있어 방만하고 산만한 정책 나열보다는 현안과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하여 농정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농정의 시급한 과제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대응이다. 우루과이라운드에 의한 수입개방에 따른 품목별ㆍ연도별 피해액을 추정해 내고 협상의 보조금 감축에 대한 합의원칙 범위내에서 가격지지와 소득보장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지지나 보장이 어려운 부문에 대한 지원책으로서 농민연금과 작물보험과 같은 복지적 시책이 아울러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수립과 추진에 있어서 농정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990-09-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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