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폭력은 근절돼야(사설)
수정 1990-08-28 00:00
입력 1990-08-28 00:00
우리의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의사표현 방법이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고 폭력적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나에게 유리한가,그렇지 않은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고 「자기편」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뿌리깊이 병들어 있음을 곳곳에서 보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이해를 같이하지 않을 때 마치 적군을 대하듯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오직 적군과 아군의 개념뿐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다 문제인 것은 의사표현방식에 있다.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폭발적이다. 또 충돌적이어서 무섭기만 하다. 언제나 흉악적인 작태는 이처럼 충동적이고 폭발적이기 때문에일어난다. 그런 데서 온건한 자기의사나 주장은 실종돼버리기 일쑤이고 그저 폭력만이 예사롭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의 공중전화살인이 그렇고 10대 여중생을 윤락가에 팔아넘긴 것이나 택시운전사의 임신부 성폭행사건이 모두 이런 데서 발생한 것들이다.
이번의 야구장난동을 보자. 조금도 다른 게 없다. 더욱이 여기에는 문제의 망국병이 도사리고 있어 개탄스럽고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난동의 발단은 언뜻 보아 간단한 것이다. 응원하고 있는 팀이 시합에 지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관중은 응원에 그쳐야 한다. 게임이 불리하다고 해서 또는 패했다고 해서 운동장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규칙」을 벗어난 것이다. 하물며 기물을 부수거나 불을 지른 행위는 무엇이라고 해도 용납될 수가 없는 범법행위이다. 스포츠에 룰이 있듯이 응원에도 원칙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이날의 난동은 지역감정이 작용했고 그것이 관중들을 날뛰게 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해온 지방색의 축소판을 이번에는 운동장에서다시 본 것이다. 운동시합에서의 지역감정 표출이 새로운 것이 아니고 또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너무 심했다. 애향심과 지역감정과는 다른 것이다. 더욱이 폭력이 수반될 때 오히려 그것은 해향이다. 고향을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고향팀의 승리를 위해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과 어떻게 해서든 우리 팀만이 이기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집단주의도 이런 잘못된 가치관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운동장에서만이라도 지역감정을 축출하고 나아가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그만큼 지역감정은 빨리 해소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한 총체적 대응이 절실함을 다시 강조해둔다.
관전매너가 지켜지고 경기장 폭력이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가 이래서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당국은 난동 때마다 사용되는 술병이나 기물의 운동장내 반입을 철저히 막고 소란행위는 단속해야 한다. 관중은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응원에만 열중하고 묘기에 박수를 보낼 때 그것이 바른 매너이고 진정한 스포츠팬임을 알아야 한다. 경기장 질서는 회복되어야 한다.
1990-08-28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