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이 어느새 11%나 된다는 조사가 나왔다. 같은 자료에서 컴퓨터 교육 유경험자도 29%나 된다. 가족간 사용빈도율도 재미있다. 아들이 75%,아버지가 21%에 어머니도 12%는 된다. 아직도 컴퓨터의 일반적 이미지는 그저 복잡한 마법의 기계처럼만 보이는데 현실사회는 정보화 사회로 급히 가고 있다는 확인을 하게 된다. 조사자는 정보문화센터. 좋은 관점의 시도였다. ◆그러나 실은 걱정이 더 크다. 하드웨어는 공급이 됐지만 소프트웨어의 준비는 너무나 허술하다. 우선 교육용 소프트웨어만 해도 철저하고 똑똑히 배울 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외래프로그램을 적당히 복사한 것이 20종쯤 된다고 파악되지만 실제로 자신있게 권할 만한 모델은 여전히 하나도 없는 게 현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교육에 자유로운 미국만 해도 컴퓨터교육 디스크만은 국가가 검인정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전문교사마저 황야와 같다. 1만4천대의 컴퓨터가 국민학교에 공급이 돼 지난달부터 교육에 들어갔으나 이 지도교사 대부분마저 불과 60시간 수료로 교육을 맡고 있다. 외부에서 초빙하고 있는 무자격 강사의 문제도 이미 그 말썽이 표면화돼 있다. 그러니 언뜻 지나칠 수 없는 생각은 우리의 현단계 정보화 과정이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단지 하드웨어 팔아먹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문항이 점잖아서 그렇지 이런 측면이 지적된다. 정부의 정보화 정책 자체가 「목표는 있으나 추진능력이 없고」(60%) 「목표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지지부진하다」(29%)고 보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하게 물어야 할 것은 컴퓨터도 바로 쓰지 않으면 오용과 부작용의 기능만 더 커지는 도구임을 아느냐 이다.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보다 많은 사람에겐 그저 오락용 도구로만 쓰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남의 사생활정보만 침해하게 되는 것이 정보화 사회이기도 한 것이다. 언제까지 하드웨어 발전만 GNP에 계상하고 있을 건지 답답한 의문이다.
1990-06-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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