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축테이블」 마련될까/북의 「선전공세」와 정부대응 안팎
기자
수정 1990-06-10 00:00
입력 1990-06-10 00:00
한반도의 평화구조정착을 위해 당사자인 남북한당국간의 군축협상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을 통해 노태우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에게 북한의 개방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소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함과 동시에 『군사적으로 북한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추구하지 않고 무력으로 북한을 공격할 뜻이 전혀 없다』고 천명함으로써 앞으로 예상되는 남북한 군축문제에 적극 대응하려는 우리측의 입장을 나타냈다.
북한측도 한소 정상회담개최 사실이 발표된 지 하룻만인 지난 5월 31일 중앙인민위원회·최고인민회의·정무원연합회의 명의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안」을 제시,그 의도야 어떻든 남북한 상호군축문제에 주안점을 두기 시작했다.
따라서 남북한당국간의 군축협상은 그 자체의 성격상 조기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는 힘들지만 미·소·중·일 등 한반도 주변4대강국의 관계변화를 비롯한 한반도외적인 화해와 협력의 신 데탕트바람이 불어닥칠 경우 군축의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부는 이같이 새로운 상황에 적극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국무총리실 산하의 외무부·국방부·통일원 고위당국자들로 구성된 안보실무대책단을 중심으로 북한측이 제의한 「한반도군축안」의 수용여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보실무대책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이번 제의는 종전 주장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군사적 신뢰구축문제를 포함한 일부 내용이 우리측의 지금까지 주장과 비슷한 점이 있어 협상할 가치가 있다』고 밝혀 진전된 북측제의를 평가하면서 조만간 남북군축협상에 응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군축에 관한 우리측 의견을 무시하거나 건성으로 들었지만 이번에는 외교부산하 평화군축연구소와 미스탠퍼드대 국제전략문제연구소간의 공동연구등으로 현실수용자세를 보인 것 같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한다.나아가 상당한 경제적 위기에 빠져있는 북한이 더이상의 군비확대를 추구할 경우 『경제파탄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감지한 결과로도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같은 기류에 따라 지금까지 스톡홀름협정에 의한 유럽형군축모델을 밑바탕으로 우리 실정을 가미한 군축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왔다.
정부는 한반도군축 또는 군비통제를 위해 ▲남북불가침선언및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제반조치의 실현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와 휴전선일대에 배치된 공격용무기의 후방 분산배치등이 상호간의 검증을 거쳐 완결됐을 때 병력을 감축하는 것 등의 단계적 군축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특히 실질적인 군축협상을 위해 남북상호간 문서로 합의된 군축안대로 실행하느냐의 여부를 감시한다는 차원에서 상호 감시기능의 확보와 선신뢰구축이 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한 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아울러 북한측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주한미군의 철수와관련,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군축회담을 연계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이번 제안도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쌍방고위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 설치·운영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우선 남북간의 불가침선언채택등 우리측 군축안과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고 또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던 미군철수에 대해서도 시한을 못박지 않는등 종전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같은 남북군축협상에 대한 낙관론 못지않게 신중론도 만만찮다.
즉,북한측 제안을 87년 7월 「한반도에서의 단계별 군축실현을 위한 다국적 군축협상제의」와 88년 11월 「포괄적 평화방안」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송한호통일원차관은 이와관련 9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입장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고 따라서 우리 입장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는데 그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내 신중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인 군축의 단계적 실현에 대해서도 송차관은 『북한이 이번 제안에서 남북신뢰조성,무력감축,외국무력철수,군축과 그 이후의 평화보장 등 4개항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단계적으로 하자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북측 제의를 평가절하하고 최근 일고 있는 군축협상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북한이 우선 남북불가침선언을 채택하자고 제안한 것이 3자회담에서 남북당국간 회담으로 후퇴,남북간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3자회담 논리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며 불가침선언채택은 북한측이 종전에도 계속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3자회담입장은 계속 살아있는 것으로 본다』고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또 북한이 3자회담이전이라도 남북이 군축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앞으로 고위급회담에서 미군철수와 군축문제를 새롭게 다루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결국 남북간 군축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을 정부내 서로 다른 입장간의 조정을 거쳐 대북제의를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남북 당국간 정치·군사문제를 유일하게 다루고 있는 남북고위급회담이 남북쌍방간에 똑같이 엄청난 비중으로 취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미국과 소련등 초강대국의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능동적인 대응도 한반도 군축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한종태기자>
1990-06-10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