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한이 선택할 차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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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6-10 00:00
입력 1990-06-10 00:00
동구권 국가들의 눈부신 변화와 개혁에 머물러 있던 세계의 이목이 이제 아시아와 한반도로 옮겨지고 있다. 미소,한소,한미정상들의 연쇄회담은 필연적으로 아시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무엇보다 한반도의 냉전해소와 분단상태해결에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에서 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북한의 변화여부는 관심이 초점이 되고 있다.

한소 양국이 수교를 포함하여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의견을 같이한 데 대해 북한이 이해하고 동참할 경우 남북한 관계개선은 물론 평화정착과 통일에 큰 진전이 이룩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소,한미 정상회담을 보는 북한의 자세는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다. 그들의 시각은 여전히 교조적인 냉전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소 관계증진과 한ㆍ중국 관계개선등 주변국들과의 화해와 협력은 남북한 스스로에 의해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는 긴장완화와 평화통일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측은 북방외교의 성공을 과장하지도 않았고 북한측의 입장과 자존심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또한 우리는 같은 취지에서 북한이 우리 우방들인 미국과 일본등 서방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환영하고 협력하겠다는 의사까지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소 정상회담등으로 비롯된 주변정세변화를 여전히 외면하려는 자세이다. 심지어는 『두개의 조선정책을 책동하는 국제적인 범죄행위』라고 극단적인 비난을 가했다. 한소 관계정상화와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이 분단을 고착시키는 것이라는등의 억지주장의 테두리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폐쇄와 완강한 고립정책은 그들 자신에게 결코 이롭지 못하다. 뿐더러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세계여론을 불러일으켜 그들 고립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 폐쇄와 고립정책의 끝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바로 엊그제 글라이스틴 전주 미대사는 한소 정상회담뒤 고립이 심화될 경우 북한이 어떤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경고했다. 또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위해 그들과 수교 검토의사를 비쳤던 이웃나라 일본의 방위청장관은북한측의 좌절감이 커질 경우 그들이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측은 이같은 지적과 예측을 그들에 대한 경고와 질책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소재로 삼아야 할 줄 안다.

우리는 노태우대통령이 지적했 듯이 북한의 혼란과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 또 그들이 정말로 무력통일노선을 포기한다면 주한미군사력뿐 아니라 우리의 군사력도 조정할 수 있다고 노대통령은 언명했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여 과감한 개방과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동서독과 남북예멘이 보여준 국가통일의지와 노력을 북한은 배워야 한다. 평화통일이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여 평화공존을 하다가 신뢰와 여건이 조성됐을 때 가능하다는 교훈을 그들은 우리에게 일깨워 줬다. 민족문제 해결에 있어 더없이 좋은 기회와 여건이 성숙돼 있다. 남은 것은 북한의 선택뿐 이다. 이제 그들 차례인 것이다.
1990-06-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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