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도색산업의 천국(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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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5-28 00:00
입력 1990-05-28 00:00
동구개혁의 선두주자인 헝가리에서 도색산업이 호황을 구가,같은 길을 걷고 있는 주변국가는 물론 많은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가두판매대에 버젓이 꽂혀 있는 섹스잡지가 날개돋친듯 팔려나갈 뿐 아니라 포르노영화와 마사지센터까지 등장,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나체사진과 그림을 게재하는 포르노잡지만 해도 섹스익스프레스ㆍ포포ㆍ섹시 레이디ㆍ레즈비걸스ㆍ아폴로 등 수십종류에 이르고 있다. 헝가리판 플레이보이지가 지난해 12월부터 현지에서 발행되고 있으나 경쟁력면에서 현지 도색잡지들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헝가리에 도색산업이 발붙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 당시 공산당정부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불만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여행자유화와 함께 포르노잡지의 발행을 허용한데서 비롯됐다.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지에서는 아직도 포르노잡지가 불법화돼 있는 상황이어서 헝가리는 동구에서 유일한 도색산업의 천국인 셈이다.
안탈 라츨로포로스씨(37)는 도색산업에 뛰어들어 대성한 케이스. 사진기자 출신인 포로스씨는 지난해 여름 무역부관리와 접촉한 자리에서 포르노 금지조치가 해제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포르노잡지를 발행하며 급성장,현재는 부다페스트에서 섹스클럽 1곳과 포르노잡지 6종,태국과 그리스등지로 떠날 섹스관광단 모집회사 등을 경영하고 있다.
총자산 1천5백만달러를 자랑하며 도색산업의 대부로 자리를 굳힌 포로스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콜걸수송용 택시회사와 창녀촌ㆍ발라톤호수에 띄울 섹스선 2척 운영등의 장래 사업계획도 구체화시켜 내고 있다.
그는 또 루마니아ㆍ체코와 소련에 포르노시장이 형성ㆍ개방되면 제일 먼저 잡지수출에 나설 것도 구상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9번가에 위치한 포로스씨의 섹스클럽은 마사지룸ㆍ사우나ㆍ스탠드바 등의 시설과 섹스기구를 갖춰 놓고 성업중에 있다. 마사지 비용은 1인당 50달러(약 3만5천원). 비교적 싼편이어서 서독등 서방세계외국인들의 발길이 특히 잦다.
도색산업이 이처럼 번창하자 종교단체ㆍ여권운동단체ㆍ학부모 등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포르노도 민주주의의 일부분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가두판매대에 나와 있는 포르노잡지가 10대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적절한 통제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여권운동가들은 여권유린이라며 포르노 불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기민당주도로 지난 겨울 벌어진 도색잡지 반대캠페인에 9만명이 서명한 덕택에 표지에 누드사진이 나오는 포르노잡지는 투명 비닐종이로 포장하도록 의무화됐다. 그러나 갈색봉투로 포장하거나 공공장소에서는 아예 내놓고 팔지 못하도록 하자는 제안은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을 헝가리 여론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75%가 매춘의 합법화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요즘 헝가리에서는 지난 50년 폐쇄된 사창가의 부활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포로스씨는 『헝가리국민은 전통적으로 섹스문제에 관대하고 사업정신에 투철하다』면서 『극소수가 포르노반대 서명을 벌이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찬성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포로스씨는 그러나 동물이나 어린이와의 섹스,남자들끼리의 동성연애 등의 사진이나 기사는 일체 다루지 않는다고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5년간은 도색산업이 번창할 것이나 그뒤로는 국민들이 식상해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주혁기자〉
1990-05-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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