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타결 계기로 본 실태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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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5-25 00:00
입력 1990-05-25 00:00
◎“총체적 난국”… 노사 자제분위기 확산/분규작년의 20%정도로 급격감소/하반기 교섭도 낙관… 노사자율교섭 관행 정착 힘써야/마창ㆍ경인 일부 사업장동향 변수로

현대중공업ㆍ현대자동차ㆍ서울택시노조 등의 분규가 잇따라 타결됨에 따라 당초 크게 우려됐던 올봄 노사분규가 큰 고비를 넘어서게 됐다.

앞으로 마산ㆍ창원지역,경인지역 등의 일부 사업장들이 분규의 불씨를 안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노사분규의 큰 흐름을 좌우했던 마산지역ㆍ대우조선 등이 고비를 넘김으로써 앞으로 큰 분규는 없고 임금협상도 순조롭게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올봄 노사문제가 이처럼 큰 혼란없이 타결된 것이 우리나라 노사관계 안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까지 기대하고 있다.

87년 6ㆍ29선언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던 노사분규는 불법분규에 대한 정부의 강경조치와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차 진정되는 양상을 보여왔었다.

이에 따라 올들어 현재까지 작업거부 등 실력행사에 들어간 노사분규 건수는모두 1백76건으로 지난해의 9백56건에 비해 5분의1 정도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물가ㆍ주택문제 등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결성준비작업을 계속해온 급진노동세력인 「전노협」이 지난 1월22일 출범,외형적으로는 점차 안정돼가는 것 같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항상 불안요인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4월중순 잇따라 터진 한국방송공사(KBS)와 현대중공업의 파업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전노협」은 KBS 및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노동운동탄압 등을 이유로 조직의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노동절인 5월1일을 전후해 대규모 연대파업을 기도하고 울산 현대그룹계열사 노조들도 이에 동조,전국이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컸었다.

그러나 KBS 및 현대중공업 사태가 공권력 투입 등 진통을 겪긴 했지만 그런대로 수습이 된데다 올해 노사관계 안정의 마지막 고비이자 분수령이라고도 할 수 있던 현대자동차의 분규마저 타결됨으로써 안정적 국면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게 노동부의 분석이다.

노동부 당국자들은 대기업으로서는 임금교섭의 선두주자인 현대자동차가 공권력의 개입없이 일부 강성 근로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노사합의에 의해 교섭을 마무리했다는 점과 임금인상률도 한자리 숫자에 그쳤다는 점에 특히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년동안 중소기업의 분규건수와 분규지속일수는 감소해온 반면 종업원이 1천명이상인 대기업에서는 분규지속일수 및 건수가 모두 증가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임금교섭의 선두주자인 다른 대기업의 교섭상황을 지켜보면서 심한 눈치경쟁을 벌여왔었다.

이번에 현대자동차가 교섭에 난항을 겪은 것도 임금교섭의 선두주자로서 대우 쌍용 기아 등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노사 모두가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현대자동차의 타결방법 및 임금인상률이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모델케이스로 작용,앞으로 임금교섭의 속도가 한결 빨라질 것이라는게 당국자들의판단이다.

현재 전국 1백명이상의 사업장 6천7백80 곳 가운데 2천3백80 곳이 임금교섭을 마무리,35.1%의 타결률을 보이고 있으나 이제부터 임금교섭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돼 6월말이나 7월초쯤이면 전체의 70%정도가 임금교섭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임금교섭시기가 하반기인 나머지 기업들도 서울지하철공사 등 일부기업을 제외하고는 분규요인이 거의 없는 만큼 큰 어려움없이 교섭을 타결지을 것으로 노동부는 보고있다.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그동안 불안요인으로 잠재해 있던 「전노협」의 핵심간부들이 대부분 구속 또는 수배중이어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과 함께 국민들과 근로자들 사이에 과격한 분규는 노사 모두에게 피해만 주고 가뜩이나 난국에 처해있는 우리 경제를 회생불가능 상태에까지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는 점 등에서 나온것이다.

근로자 주택건설ㆍ소득세감면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한 실질소득보장 및 복지정책도 분규요인을 막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악성분규가 다시 재연될 소지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이 한자리숫자이하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는 있으나 이가운데 상당수가 연말경영성과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별도 합의를 했거나 할 전망이어서 경영성과 배분문제를 놓고 올 연말이나 내년초 분규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최근 크게 오르고 있는 물가상승이 계속될 경우 상여금 지급문제 등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게 틀림없다.

노사분규와 관련한 구속ㆍ수배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과 정부의 강경조치도 부작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부의 계속적이고도 과도한 개입은 일시적으로 안정을 가져올 수는 있으나 근로자들의 불만과 불신을 가중시켜 정치적인 혼란 등 조그마한 틈만 있으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사 자율교섭의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더욱 힘쓰고 사업주와 근로자들 역시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인식,대화와 타협을 통해 불신의 폭을 좁히고 산업평화의 길로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하튼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되고 물가만 안정되면 KBS사태와 같은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는한 앞으로의 노사관계는 낙관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황진선기자>
1990-05-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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