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년 한일간 최대현안이었던 경제협력문제 타결을 위해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중증근강홍)당시 총리가 한국을 전격 방문했을때 일본인들은 그의 발빠른 행보에 감탄했었다. 역시 나카소네다운 행동력을 보였다는 칭찬을 받았고 그의 이런 외교스타일이 그의 재임기간중 각광을 받았다. 그때 나카소네총리의 방한은 세지마 류조(뇌도용삼)가 밀사로 한국에서 벌인 막후접촉의 결과라는 것이 뒤이어 밝혀지자 많은 일본인들은 「과연 세지마」라고 말했었다. 그 세지마가 노대통령 방일을 바로 앞둔 중요한 시점에 한국에 왔다갔다. ◆일본의 밀사외교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유럽이나 미국등의 선진각국들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무역마찰에 대한 무마용 또는 설득용으로 걸핏하면 밀사 또는 특사외교를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각국들로부터 지난달 일본의 만행에 대한 비난,반발이 있거나 현안을 해결하려 할때는 밀사가 동원됐다. ◆밀사외교는 나카소네집권때 절정을 이뤘다. 그 이후도 계속돼오고 있으나 나카소네총리때 가장 성행한 것으로 일본의정치평론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는 유명학자,교수들로 주요문제별위원회를 만들어 자신의 개인브레인으로 활용하고 이들 위원회의 회원가운데 특출한 전문가를 밀사로 뽑았다. 이래서 대중국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학습원대학교수이며 교육개혁위원회의 한 멤버인 고야마교수(향산건일)을 파견했다. ◆외국에 밀사를 파견하거나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일본정부가 내세우는 말이 있다. 「태평양시대를 맞아」 「21세기를 앞두고」 「동반자로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럴때 저들은 경제협력 문제를 들먹인다. 우선 듣기에는 좋은 소리다. 이번의 노대통령 방일을 두고 일본정부지도자,자민당간부들은 어느 누구건 이것을 말했다. ◆일본의 밀사나 특사들은 귀국해서는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총리관서로 직행,보고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이것은 어느 국회의원이나 정부관계자 모두가 똑같다. 소련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본공산당수뇌도,북한에서 돌아온 사회당위원장도 이렇게 하고있다. 그래서 외교에 관한한,국익에 대해서는 일본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와 다르다.
1990-05-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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