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분규」 산업현장 확산에 비상/정부의 강경대응책 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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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4-27 00:00
입력 1990-04-27 00:00
정부가 노사관계장관회의를 갖고 한국방송공사(KBS)와 현대중공업사태에 대해 강경대응의지를 재천명한 것은 올들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던 노사분규가 이번 사태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작업거부,농성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던 노사분규건수는 모두 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백35건보다 6분의1수준으로 크게 줄었으며 노사분규의 선행지표인 노동쟁의 발생신고건수도 지난해 1천3백66건에서 3백15건으로 4분의1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KBS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산업현장에까지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정부당국의 판단이다.
노동부등 정부관계자들은 『KBS사태이후 각 사업장의 노조가 마무리단계에 있던 단체교섭을 중지하고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등 분규가 빚어지는 것이 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분규가 진행되고 있는 울산 현대중공업ㆍ한국야쿠르트등도 KBS사태에 크게 고무됐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얘기이다.
정부당국은 특히 현재 2주째를 맞고 있는 KBS사태가 이 이상 더 장기화되면 5월1일 노동절과 맞물려 전 산업에 걸쳐 분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노동절과 본격적인 「임투」가 시작되는 5월을 앞두고 「전노협」등에 소속돼 있는 급진노동단체들이 KBS사태의 양상과 해결방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마산ㆍ창원지역의 마창노련이 25일 「현대중공업 파업투쟁지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울산의 현대자동차노조가 5월10일 파업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예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KBS사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지난 2∼3년 동안 애써 쌓아온 노사관계의 안정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은 물론 국가적 과제인 경제난국 극복에도 큰 자질을 빚고 나아가 사회불안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노사자치주의및 준법의식이 미약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악성ㆍ불법분규,나아가 정치적인 성격을 띤 불법파업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따라서 『KBS사태에 대해 정부가 절대로 양보하거나 물러설 수 없으며 물러서서도 안된다』는 입장에 서 있다. 특히 그동안 노사관계의 안정에 나름대로 기여해 온 노동부 관계자들은 서기원사장의 임명과 공권력투입등에 불평을 토로하면서도 정부 각부처에 대해 서사장임명이후 KBS노조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방식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노동부는 그동안 불법노사분규에 강력히 대응해온 정부가 KBS사태에 대해서는 주동자를 연행한 후 즉시 훈방해 형평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불법분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오인할 소지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KBS사태의 핵심주동자 몇명을 형사처벌했다면 현대중공업사태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사태에 대해서도 다른 사업장으로의 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해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공권력을 투입하는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노조가 쟁의발생신고를 내지 않고 파업에 돌입한 것은 노동쟁의조종법에 정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불법행동이며 형법상의 업무방해교사및 방조죄와 민사상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부는 또 주동자는 회사측의 고발을 받아 구속하고 파업기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노동무임금원칙을 적용하기로 이미 내부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KBS사태에 대해 정부당국이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권력투입및 주동자 구속사태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자칫 잘못하면 80년 당시 언론인 대량해직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지만 공권력투입등의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측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가급적 줄이는 선에서 타협ㆍ타결점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사태에 대해서는 좀더 강도있는 대처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 먼저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KBS사태에 비해 형평을 잃었다는 지적을 살 우려가 있지만 그대로 둘 경우 노동절 행사로 이어지고 다른 업체및 학원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초기 강경진압에 나설 것이 틀림없다.
KBS사태가 조속히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각종 분규가 물밀듯이 일어나 구속사태가 속출하는등 한동안 노동정국이 계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황진선기자>
1990-04-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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